이재정 메카로 대표는 “반도체 소재·장비·부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생산라인에 버금가는 첨단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4일 오후 경기도 평택 소재 메카로 본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관련 업계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적어도 1조원 이상 예산이 투입된 테스트베드가 아니라면 쓸모가 없을 것”이라면서 “고객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10나노대 양산하고 있는데 40나노대 장비 돌리고 있다면 무슨 효용성이 있겠느냐”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홍의락, 고용진, 김정우 의원이 참석했다. 더민주당 소재·장비·부품·인력 발전 특별위원회 위원들이다. 특위는 일본이 한국을 수출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이후 구성돼 국내 관련 업체를 방문하며 애로 사항을 듣고 있다. 2001년 11월 설립된 메카로는 반도체 생산시 활용되는 고유전율(하이-K) 특성 프리커서(증착물질)와 생산 장비 부분품인 히터블록이 주력 매출원이다. 메카로 하이-K 프리커서는 D램 핵심 요소인 커패시터에 증착돼 전류 누설과 간섭을 막는다. 국내 메모리 대기업이 고객사다.
이 대표는 이날 여러 건의사항 가운데 테스트베드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한다”는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테스트베드 만든다면서 기존 ‘실패한’ 나노팹에 소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나눠먹기 식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테스트베드는 근래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등 여러 단체에서 후방 산업 국산화 활성화를 위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사안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후방 업체 대부분은 평가팹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실제 공정 혹은 그와 유사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 재료를 개발하거나, 개발했더라도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힘들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사는 대기업 생산라인 내 공정 장비를 잠시 멈출 때 어렵사리 평가를 받는다. 그나마 거래 관계가 없는 회사는 이런 기회를 가질 수도 없다. 평가 자체가 일종의 진입장벽인 셈이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 국산화가 안 된 소재 등은 만들기 정말 어렵거나, 사용량이 적어 돈벌이가 안 되거나, 환경규제가 너무 심해 생산할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들기 정말 어려운’ 재료 등 개발을 위해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등을 따라가긴 쉽지만, 일등을 한 후 유지하려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동등하거나 더 첨단인 설비로 채워진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재원은 정부 예산 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나서고 대기업도 일정 부분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수 메카로 사장은 “대기업은 중소업체 재료 등을 테스트하려면 라인을 세워야 하고 혹시 새로 도입한 재료가 잘못되면 그들 고객사로 나가는 제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부담감이 상당하다”면서 “소자 업체 생산라인과 유사한 수준의 테스트베드가 있다면 그쪽에서 충분한 평가와 검증을 거쳐서 이러한 부담을 해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정 대표는 “지금까지 국산화는 ‘카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국산화 단어를 빼고 선진 소재 부품 개발 이런 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카피해선 최첨단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홍의락 의원은 “테스트베드 구축 주장은 저도 동의하는 사안”이라면서 “확실한 테스트베드에서 평가를 한 뒤 대기업 라인에서 한 번 돌려보는 게 효율적일텐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못했다”고 말했다. 김진표 의원은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 실질적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특위를 구성한 것”이라면서 “오늘 언급된 내용은 당에서 논의한 뒤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