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출시된 '명조', 양대 마켓 매출 10위권 안착
'픽셀 히어로', '버섯커 키우기' 등 캐주얼 장르에선 이미 밀려
중국산 게임, 캐주얼에서 롤플레잉 장르까지 전선 확대
MMORPG 외 국내 시장, 외산 게임들에 내줄판
장기적 R&D와 투자 '시작해야'
중국산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4일 출시된 '젠레스 존 제로'가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인기 1위와 애플 앱스토어 무료 게임 3위에 올랐다. 이 게임은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최신작이다. 흥행 조짐은 이미 있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사전등록에서 무려 4700만명이라는 숫자를 기록했다. 플레이를 체험한 이용자들의 반응 또한 호평일색이다. 중국의 개발력이 한국 게임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루 빨리 태세를 정비해 R&D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이슈의 중심인 '젠레스 존 제로'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중국 호요버스에서 개발됐다. 이 회사는 2011년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돼 서브컬처 분야만 집중한다. 게임계의 서브컬처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작품을 통칭한다. 특히 게임 내 캐릭터가 매우 중요하다. 일본 만화풍의 게임을 무조건 서브컬처로 인정받지 못한다. 캐릭터의 매력이 충분해야 가치있다. '젠레스 존 제로'는 액션 롤플레잉이자 서브컬처 작품이다.
호요버스의 전작 '붕괴3rd'와 '원신' 역시 서브컬처 게임들이다. 2종 모두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해외 데이터분석 업체 데이터에이아는 '원신'의 누적 매출을 50억달러로 추산한다. '원신'은 2020년 출시됐다. 한화로 약 7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대략 4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원신'은 지금도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20위권 내외를 형성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호요버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7.3조원이다. 같은 기간 넥슨의 매출은 약 3.9조원이다. 엔씨소프트가 약 1.7조원이며 크래프톤이 약 1.9조원이다. 국내 3사의 실적을 합산해야 호요버스의 수치와 엇비슷하다.
지난 5월에 국내 출시된 '명조'도 중국 쿠로게임즈의 작품이다. 이 게임은 오픈월드 방식의 롤플레잉 장르다. 오픈월드는 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최대한 자유롭게 이동하고 다양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롤플레잉이므로 캐릭터를 육성해야 한다. 일반적인 오픈월드 스타일보다 전투의 액션성이 강하다. '명조'는 국내 모바일시장에서 매출 5위권을 형성 중이다. 앱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명조'는 출시 후 5주 동안 970억원을 벌었다. PC를 제외한 모바일 플랫폼 한정으로 된 추산이다.
중국산 게임의 한국 시장 진출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대표적으로 '픽셀 히어로'는 캐주얼RPG와 방치형 장르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성공했다. '버섯커 키우기'는 순수 방치형으로 매출 1위가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국내 유사 장르들이 고전하는 동안 중국산 게임들은 최상위 성과를 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관계자들은 개발력이 아닌 물량 마케팅의 성과로 인식했다.
분위기는 '명조'와 '젠레스 존 제로' 이후 달라졌다. 개발 난이도가 높은 정통 롤플레잉에서도 중국의 개발력이 돋보이는 것이다. 현직 개발자들도 '젠레스 존 제로'와 '명조' 등은 인정한다. 모바일인덱스에서 공개한 5일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10위권에 5종이 국산이다. 앱스토어에서는 국산이 4종이다. 국산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50% 넘는 비율로 밀려나고 있다.
게임 성공의 핵심은 결국 개발력이다. 이용자들이 '젠레스 존 제로'에 많은 기대를 했던 이유는 회사에 대한 '신뢰'에 있다. 호요버스는 몇 가지 작품을 통해 회사가 서브컬처를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용자들은 호요버스의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신뢰를 보낸다. 일단 의심부터 받은 국내 게임사들과 대우가 다르다.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조작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국내 게임사들의 고민은 깊다. 좋은 게임과 향상된 개발력을 위해서는 투자 비율을 높여야 하나 쉽지 않다. 비용절감과 경영효율화에 갇혔기 때문이다. 게임사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어려운 내외 환경은 회사를 보수적으로 만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게임의 영향력은 캐주얼 장르에 국한될 줄 알았는데 롤플레잉과 서브컬처까지 확대됐다"며 "실제로 개발력이 매우 뛰어나 현직 종사자들이 감탄하는 분위기"라며 "특정 분야지만 중국이 한국 개발력을 넘고 있는 게 확연히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대로 가다가는 MMORPG 외에 전부 외산 게임으로 도배될 지경"이라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디일렉=김성진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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