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핏빗(Fitbit)을 인수한 후 5년만에 브랜드 정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픽셀 웨어러블과 핏빗으로 나뉜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하고, 핏빗 제품에 탑재한 주요 기능을 픽셀로 이전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각) 미 IT 전문매체 아르스 테크니카, 엔가젯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구글은 최근 웨어러블 전략을 재편 중이다. 픽셀과 핏빗으로 분산된 웨어러블 브랜드 정책을 하나로 통합해 힘을 집중한다.
핏빗은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를 전문으로 제조‧유통하는 회사다. 2007년 문을 연 핏빗은 자체적으로 초기 웨어러블 시장 개척자로 활약했고, 운영체제(OS)가 빈약했던 핏빗은 2016년 페블을 인수하며 OS 문제를 해결했다.
구글은 2019년 21억달러(2조7917억원)에 핏빗을 인수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웨어러블 시장 진출을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절차는 2년이 지난 2021년 1월 마무리됐다. 글로벌 경쟁 당국의 심사를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빗핏이 수집한 건강 관련 데이터를 구글이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핏빗 제품의 주요 기능이 구글로 이전되는 과정은 M&A 후 꾸준히 진행됐다. 구글은 2021년 5월 구글 I/O에서 핏빗의 피트니스 기능을 웨어OS 운영체제에 추가한다고 밝혔고, 2022년에는 자체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를 처음 선보였다. 픽셀 워치는 핏빗 스마트워치의 건강 측정 지표를 다수 차용했다. 픽셀 워치로 수집한 정보는 핏빗 애플리케이션, 핏빗 도구 등으로 연동됐고, 핏빗의 심박수와 수면 패턴을 파악하는 ECG 기능을 내장했다.
구글은 순차적으로 핏빗 브랜드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핏빗닷컴(웹)을 통해 운영하던 온라인 대시보드, 소셜 기능, 컴퓨터 동기화 기능 등을 최근 중단했고 앱에서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7월 말에는 결제 서비스인 핏빗 페이 서비스도 종료했다.
2023년 7월 발생한 핏빗 '차지5'(2021년 출시 제품)의 배터리 관련 이슈는 구글의 결심에 힘을 주는 사건으로 분석된다. 차지5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194.61 버전) 후 배터리가 과소모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차지5는 원래 배터리 완전 충전 후 수일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제품이지만, 업데이트 후 배터리가 채 하루도 가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올해 핏빗 브랜드를 채택한 제품은 어린이를 겨냥해 선보인 스마트워치를 제외하면 없다. 2022년 센스2, 버사4를, 2023년 핏빗 차지6를 출시했으며, 해가 갈수록 신제품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핏빗, 핏빗 프리미엄이라는 핼스케어 관련 서비스 명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핏빗이라는 이름 자체가 핼스케어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만큼 버리기에는 아까운 눈치다.
구글 대변인은 엔가젯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핏빗의 혁신 기능을 픽셀 워치에 탑재했으며, 핏빗의 새로운 제품과 혁신은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글은 핏빗 제품 출시를 중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앞으로의 방향성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샌디프 워라이치(Sandeep Waraich) 픽셀 웨어러블 제품 관리 부문 수석 이사 역시 비슷한 논조의 말을 했다. 그는 "픽셀 워치와 핏빗은 시스템 단에서 깊은 통합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디일렉=이진 전문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