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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인사이트] 전기차 시장 회복, 아직 갈 길 멀다
[Y인사이트] 전기차 시장 회복, 아직 갈 길 멀다
  • 김종석 PD
  • 승인 2024.10.10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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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불 테슬라 전기차 나와야 제2의 전기차 붐 일어날 것
윤혁진 SK증권 연구위원[사진=정일규 프로]
윤혁진 SK증권 연구위원[사진=정일규 프로]
전기차 시장의 회복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위원은 “전기차 시장의 근본적인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현재 시장을 캐즘(chasm) 단계로 진단했다. 다만, 전기차와 2차 전지 시장의 심리적 흐름이나 시장 분위기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바닥은 지난 것으로 분석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 등 다양한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신에너지차(NEV)의 판매 비중이 전체의 54%에 달하며 빠르게 전환 중이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BEV)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순수 전기차에 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수요가 훨씬 적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회복을 논할 때 PHEV나 eREV 차량 수요의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여전히 높은 것이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고 이를 반영한 저가 전기차가 나와야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특히 테슬라의 2만 달러대 전기차 모델이 나온다면 시장 대중화의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위원은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에 출시된 중국 전기차는 디자인도 좋고 고급스러운데 3,500만 원 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며, “중국은 연간 1천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고,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되는 차들이 실제 필드에서 검증되고 있어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 전기차의 유럽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EU에서는 관세 인상을 통해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SK증권 윤혁진 위원님 모시고 전기차 시장에 관해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전기차 시장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전기차 시장이 근본적인 측면에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캐즘(chasm) 상태가 더 길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시장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바닥을 다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바로 중국의 탄산리튬 현물 가격입니다. 2022년 11월, 탄산리튬 가격은 톤당 59만 5천 위안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이 가격은 불과 2년 전인 2020년 11월에는 4만에서 5만 위안에 불과했죠. 그러니까 불과 2년 만에 가격이 약 14배나 오른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여 현재는 7만 위안 대에서 꽤 오랫동안 횡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약간의 반등이 있어 7만 6천 위안 정도에 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전기차와 2차 전지 시장의 심리적 흐름이나 시장 분위기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바닥은 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역성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둔화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지난달 미국의 GM이나 포드의 전기차 판매 수치를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기대 이상의 판매 수치가 나왔던데, 그 이유는 뭘까요?

“주식 시장은 항상 기대감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연초에 2차 전지 관련 주가가 아주 좋지 않았는데, 그 당시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았던 것에 비해 실제 성과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특히 GM이 올해 전기차 30만 대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상반기 동안 6~7만 대밖에 판매하지 못하면서 기대감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8월과 9월에는 예상보다 전기차 판매가 괜찮게 나왔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GM은 여전히 올해 20만 대에서 25만 대 정도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20만 대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20~30%를 기록하며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 전기차 시장은 크게 나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GM은 올해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냉각으로 인해 출시 시기를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2024년에 20개 모델을 내놓으려고 했는데 차츰 늦춰진 것이죠. 자동차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적으로 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올해 출시된 모델들은 이미 5년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올해에는 여러 신차 모델들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GM에게는 신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따라서 미국 전기차 시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우리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이 전기차 기업들과 어느 정도 연동되어 움직이는 경향이 있잖아요? 전기차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그만큼 배터리도 탑재되었을 것이고, 또 탄산리튬 가격이 상승했던 것도 이런 흐름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에 이러한 래깅 효과가 어느 정도 시점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제가 2차 전지 담당자가 아니고 자동차 담당자라서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작년 초까지는 2차 전지 쪽도 다뤘기 때문에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리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그 영향으로 전기차 가격도 많이 올랐습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 모델 Y의 가격이 1년 동안 30%나 상승했었죠. 이로 인해 배터리 가격도 상당히 비싸졌습니다. 2022년 11월에 리튬 가격이 정점을 찍고 이후 급격히 하락했는데, 보통 리튬 가격이 변동하면 2~3개월 뒤에 양극재 가격에 반영되고, 다시 양극재 가격은 3~6개월 후에 배터리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리튬 가격이 10만 위안 대까지 떨어지면서, 이 변화가 양극재와 배터리 업체들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NF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양극재 가격이 약 15% 하락했다고 했고, LG에너지솔루션도 2분기 EV 배터리 가격이 25%가량 하락했다고 밝혔고, 3분기에는 배터리 가격이 플랫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리튬 가격이 하락하고 안정화되면서 양극재와 배터리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서, 배터리 가격이 3분기에 저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 가격이 V자 반등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또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중요한 시장은 유럽과 미국입니다. 우리가 중국 시장은 그들의 시장이니까 안 봐도 되죠. 유럽 시장의 비중이 상당히 컸었는데 8월 자동차 판매가 급락하고 전기차 판매도 많이 감소했지만,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괜찮았고요. 원래 배터리 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는 유럽인데 최근 유럽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도 좋지 않았죠. 반면,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아지는 추세여서 현재로서는 미국과 유럽으로 나가는 배터리 물량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지고 있는 듯합니다.”

- 미국과 유럽이 모두 잘 돼야 배터리 업체 실적도 좋아질 텐데, 그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은 그나마 바닥을 다지고 올라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좀 의미 있는 시장 변화가 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중국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죠. 지난 8월, 중국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중국에서는 신에너지차(NEV)라고 부르는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달했습니다. 즉, 판매된 차량 2대 중 1대 이상이 전기차라는 의미 있는 수치를 달성한 것이죠. 이 신에너지차 중에서도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비중이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중국과 중국 이외의 전기차 시장을 따로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제는 전기차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따로 빼야 할 정도로 프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이 두 가지를 언급하는 이유는, 둘 다 전기차로 분류되지만 완성차 입장에서는 BEV와 PHEV의 가격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순수 전기차(BEV)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보다 가격이 더 비쌉니다. 그런데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 모델 Y는 90kWh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많이 팔리는 BYD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8kWh의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배터리 수요의 양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죠.”

- 그러니까 산술적으로 테슬라 모델 Y 한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양 가지고 BYD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4대 정도에 나눠 넣을 수 있다는 것이죠. 25% 정도밖에 기대할 수 없네요.

“맞습니다. 만약에 순수 전기차(BEV) 100만대 시장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100만대 시장으로 변한다면 배터리 수요는 4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죠.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여전히 연간 30%씩 성장하고 있는데도 중국의 배터리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이고, 리튬 가격이 V자 반등을 하지 않는 이면에는 이런 변화가 숨겨져 있습니다. 중국에서 파워트레인 구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정확한 수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메모리 시장에서 비트 그로스(Bit Growth)를 이야기하듯이, 단순히 전기차로 묶어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배터리 탑재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더 명확한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데요.

현재는 전기차 판매량을 하나로 통합해 이야기하다 보니, 판매는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차량 한 대당 평균 배터리 용량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네요.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잘 팔리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고요. 그런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국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데, 왜 지금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걸까요?

“예리한 질문입니다. 사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아니며, 유럽에서는 이미 잘 팔리던 차량 유형 중 하나였습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판매하지 않아서 보기 힘들죠. 그렇다면 왜 중국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인기를 끌고 있을까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이 작년 말에 전기차 보조금을 종료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전기차에 많은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작년 말에 모두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혜택 중 하나는 바로 취득세 면제입니다. 취득세가 보통 차 가격의 10% 정도로 꽤 높은 편인데, 이 세금을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요인은 올해 새로 도입된 ‘이구환신’ 보조금입니다. 예전에 가전제품 교체 시 주어지던 보조금 제도였죠. 이를 전기차에 적용한 것입니다. 내연기관차나 오래된 전기차를 폐차하고 새로운 신에너지차를 구매하면 약 2만 위안(약 40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이렇게 취득세 면제와 이구환신 보조금을 합치면 차량 가격의 약 20%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상당히 저렴해집니다. 결과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가격이 동급의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아주 많이 팔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전기차의 성장도 나쁘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고요.”

- 여기서 이제 눈여겨볼 부분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탑재되는 배터리 양이 순수 전기차보다는 현저히 적다 보니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배터리 굴기 하겠다고 공장을 많이 지어놨는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대세가 되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수출해야겠죠. 이 상황은 마치 나비 효과처럼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데요. 데이터를 보면, 중국의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8월에 전년 대비 약 27% 감소했고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은 거의 0%에서 1%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이 정도 수치만 봐도 최근 중국의 경기 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자동차 판매가 크게 나쁘지 않았던 거에요. 이유는 자동차가 단가가 높은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이나 등록세 면제와 같은 정책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많은 산업과 인력이 얽혀 있어서, 이러한 정책들이 소비 부양에 큰 역할을 하고 있죠. 아까 말씀드린 이구환신 보조금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나비 효과 얘기로 돌아가서, 내연기관차 판매가 27% 감소했다는 것은 내연기관차 공장의 약 3분의 1이 가동을 멈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정리하거나 수출로 밀어내야 합니다. 실제로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작년부터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출처는 주로 유럽, 남미, 중동 같은 지역들입니다. 특히 유럽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 유럽에서는 중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높여 수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면서 현대글로비스 같은 카캐리어 회사들의 용선료도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출 증가와 관련된 나비 효과가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도 생산 능력을 많이 확대했지만, 예상보다 배터리 수요 증가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도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시장은 여러 규제 때문에 진입이 어려운 상태라, 유럽으로 최대한 수출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공장도 지을 테고요. 그리고 최근 현대차도 익스텐디드 레인지 EV(eREV)를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모델의 배터리 용량은 약 35kWh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는 더 많네요.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순수 내연기관 차량, 그 다음이 하이브리드 차량,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REV(익스텐디드 레인지 EV), 그리고 ePEV(풀 배터리 전기차) 순으로 배터리 용량이 점점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소비자를 끌어오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전략이죠.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내연기관에 작은 배터리와 모터가 추가되어 시속 40km 정도의 저속 주행 시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회생제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더 좋습니다. PHEV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중간 단계로, 더 큰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해 보다 긴 전기 주행이 가능합니다. 반면, eREV는 독특하게도 오직 전기 모터로만 구동됩니다. 차량에 작은 엔진이 있어 발전기 역할을 하고, 이 엔진은 바퀴를 직접 구동하는 대신 배터리 충전만 합니다. 따라서 eREV는 전기차처럼 작동하지만,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엔진이 최적의 RPM으로 돌아가면서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미국 시장을 목표로 출시할 예정인데요, eREV는 전기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혜택인 7,500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보조금을 받게 되면, eREV의 가격이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지게 되므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전기차지만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가격대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eREV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런 형태의 자동차가 이미 있었잖아요? GM의 초기 모델인 볼트(Volt)였는데 당시에는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크게 새로운 방식은 아닌 것 같은데 최근에 eREV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트렌드의 변화 때문일까요? 아니면 시장에 전반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요?

“전체적으로 큰 개념은 같지만, 효율이나 여러 가지 기술적인 발전이 엄청나게 이루어졌죠.”

- 배터리 업체의 관점에서는 양보다는 질로 봐야 할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배터리 탑재량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죠?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일단 저는 순수 전기차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전기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전기차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 모델 Y의 가격이 30%나 올랐고, 국내에서 이 차량을 구매하려면 8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KIA의 EV9도 옵션을 다 추가하면 거의 1억 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전기차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문제였죠. 하지만 최근 배터리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이 하락이 차량 가격에 반영된다면 더 저렴한 전기차가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보조금 지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충분히 살 만하다고 느낍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내연기관차의 신차 출시가 거의 없는 반면, 전기차는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전기차에는 새로운 기능과 기술이 많이 적용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낍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지불할 만한 기능이나 가격이 있다면 전기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현재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것에 소극적인 이유는,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차의 이익률이 훨씬 더 높기 때문입니다. 레거시 OEM(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가 잘 팔리지 않을 때 소비자들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차, 기아차뿐만 아니라 도요타, 혼다, 스즈키, 닛산, 포드 등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폭스바겐처럼 한때 클린디젤로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려 했던 회사들은 디젤 스캔들 이후로 하이브리드 기술이 뒤처졌습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보다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같은 대체제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전기차 가격이 충분히 낮아져야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굳이 가격을 크게 내릴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같은 대체제가 당분간은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eREV 같은 모델도 이후에 등장할 것입니다. 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기차 시장은 지금보다는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말씀 들어보니 전기차 시장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네요. 우리가 차를 사서 10년 정도 탄다고 봤을 때, 유지비 측면에서는 어떻습니까? 아직은 전기 충전비가 기름값보다는 저렴한 상황이잖아요.

“토털 라이프타임 코스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비교하면, 동급 모델 기준으로 보통 하이브리드차가 3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 정도 더 비쌉니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카니발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약 300만 원에서 400만 원 정도일 것입니다. 한편, 비슷한 급의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약 1,000만 원 이상 더 비쌉니다. 그런데 이 차이를 연료비로 뽑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5년 동안 시내 주행을 자주 하는 분들에게는 경제성이 좀 더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비용 회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중국에서처럼 보조금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기차 가격이 더 낮아지기 전에는 순수하게 경제적 논리로만 보면 전기차가 여전히 부담스럽죠.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이 30% 이상 성장했습니다. 펀드 매니저 대상의 세미나에서 만나보면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차량이 아주 잘 팔린다고 얘기들을 해요. 그런데 하이브리드차를 왜 사느냐고 질문을 하면 할 말이 많지 않습니다. 연비가 좋다고 얘기하지만, 영업사원처럼 시내 주행을 정말 많이 하는 분들 아니면 5년 이내에 하이브리드차의 높은 가격 차이를 만회하기 어려워요.”

- 자가용을 운행하시는 분들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업하시는 분들이나 상업용 차량이 아니면 차량의 가격 차이를 유지비로 뽑는 것은 어렵다는 말씀이네요.

“네. 경제 논리로서 전기차가 팔리려면 가격이 더 낮아져야 하는 게 맞습니다. 저도 작년 말부터 전기차를 타는데 집에서 충전하면 기름값의 3분의 1밖에 안 들더라고요. 비싸게 사긴 했지만, 매달 나가는 금액이 적은 것은 맞아요.”

-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지만, 동시에 두 차종의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 전기차를 고려하시는 분 중에는 배터리 팩 교체 비용을 보고 놀라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하이브리드차도 에너지 전환 인버터 같은 부품의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 부품들도 꽤 비싸서 고장 났을 때 수리 비용이 부담될 수 있거든요. 결국, 자동차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각자의 개인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은 어떻게 변할까요?

“지난해와 재작년에 2차 전지 시장이 활황을 맞이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얘기했죠. 그런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으로 인해 유럽의 방위비가 많이 증가하면서, 그로 인해 전기차 보조금이 많이 줄었습니다. 과거에는 2030년이나 2035년이 되면 전기차가 전체 시장의 80%에서 100%를 차지하고, 내연기관차는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현재는 2030년이나 2035년에도 하이브리드차가 최소 30~40%는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나머지가 모두 전기차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내연기관차의 종말은 없지 않나 전망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정책입니다.”

- 사실 전기차 시장이 이렇게 형성된 것도 각국의 전기차 전환 정책이 가장 큰 요인이었죠. 그러면 보조금 없이 전기차가 판매되려면 가격이 낮아져야 하잖아요. 앞으로 순수 전기차는 보급형 형태의 모델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보급형 모델들이 나와야 합니다. 배터리 가격이 많이 내려갔잖아요. 한때 배터리 가격이 차량 가격에서 거의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차지했었는데, 지금은 1,000만 원 이하로도 내려간 차량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격이 낮아졌다면, 당연히 더 저렴한 전기차가 나와야 합니다. 사실, 중국 전기차가 해외 시장으로 나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죠. 약 6개월 전쯤 유럽연합(EU)에서 나온 코멘트를 보면, 중국 전기차가 유럽의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동급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만 유로나 더 저렴하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중국 전기차와 유럽 전기차 간의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중국 전기차가 유럽에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유럽의 기존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거나 사람들이 중국 전기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유럽은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며 이를 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연기관차는 경쟁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겠죠. 그래서 필요한 건 테슬라에서 2만 달러대 전기차가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테슬라가 모델 2를 출시하면, 전기차 시장에서 다시 한번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가 주도하게 되면,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결국, 진정한 전기차 대중화 시대는 테슬라 모델 2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중국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 수출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하셨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중국 전기차가 경쟁력이 없거나 해외 시장에서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어떤 평가가 맞는지 궁금해집니다. 물론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헤리티지, 안정성, 기능, 성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중국 전기차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는지요?

“잘 아시겠지만, 볼보도 폴스타도 이제는 중국 차잖아요. 볼보에서 새로 나온 EX3 전기차의 플랫폼이 전부 중국 지리차 플랫폼이지만, 중국 차라는 거부감은 없죠. 요즘 중국 전기차들도 디자인이 정말 예뻐요. 예를 들어, 지난 7월에 중국에서 출시된 광저우 자동차 브랜드의 전기차는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더라고요. 이 전기차에는 여러 개의 라이다 센서가 장착되어 있고, 고급 차에서나 볼 수 있는 6L 용량의 냉온장고도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도 이 차의 가격이 3,500만 원이에요. 저는 중국 전기차의 수출량에 주목합니다. 수출된 전기차들이 다 어디 창고에 쌓여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 물론 일부 유럽 국가에 수출된 차량들이 야적되어 있다는 소식도 들은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이 굳이 관세를 올리는 이유가 뭘까요? 안 사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전기차가 무서워서 관세로 장벽을 치려는 것입니다. 실제로 벨기에 같은 나라로 중국 전기차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은 연간 1천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고,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되는 차들이 실제 필드에서 검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면 원가 절감 효과가 엄청나게 크죠. 일반적으로 100개를 생산할 때와 1억 개를 생산할 때는 원가 차이가 10~20% 수준이 아닙니다. 거의 70~90%까지 절감됩니다. 이렇게 대량 생산되고 검증된 중국 전기차가 해외로 나오는 것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동일한 시장은 아니지만,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이 중국 전기차 시장과 비교해 볼 만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중국산 로봇 청소기는 100만 원 이상 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고 있잖아요. 과거 삼성이나 LG가 만든 제품보다 훨씬 비싸지만, 성능도 좋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져서 소비자들이 기꺼이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흔히 갖고 있던 중국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 길거리에서 중국산 상용차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런 상용차 시장에 대한 전망이나 분석이 따로 있을까요?

“저희가 상용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그렇게 들여다보지는 않습니다. 자동차의 헤리티지는 주로 엔진 기술에서 비롯되었는데,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서 비교적 제작이 간단해졌죠. 그래서 전기차에서는 그 헤리티지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유럽의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를 인수해서 이를 전기차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을 펼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유럽 시장에 더 쉽게 진입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솔직히 말해서, 중국의 이런 해외 진출 전략은 상당히 무섭게 느껴집니다.”

-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볼보는 사실상 중국 기업이 됐죠. 향후 중국 기업이 어떤 완성차 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면 어떤 회사가 대상이 될까요?

“그 부분은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벤츠의 최대 주주도 현재 중국 기업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중국이 자동차 산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고용 유발 효과가 매우 크고 수많은 관련 기업들이 얽혀 있어서, 각국이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핵심 산업 중 하나죠. 그래서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많이 노력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중국이 자국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면 위협이 될 거라고 하지만, 반대 작용도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 이수환 전문기자 정리 : 손영준 에디터 촬영편집 : 김종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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