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의 재고 수년치 분량을 비축해놓고 있는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최신 자체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이 멈춘 스마트폰 사업부와 달리, 통신 장비사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영향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목록(Entity List)'에 추가했다. 미국 정부의 승인없이는 미국 기업의 부품을 살수 없게 하는 조치였다. 화웨이의 제품 제조에 대한 가시적 타격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화웨이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작년말 이미 화웨이는 몇년치 기업대상(B2B) 사업용 반도체 물량을 확보해놓았다"며 "기지국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스마트폰용과 달리 생산주기가 훨씬 길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국내 LG유플러스에 4G·5G 무선 통신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5월 화웨이에 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했다. 세계 최고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가 화웨이 그룹 산하 반도체 설계업체 하이실리콘이 주문한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게 하는게 핵심이다.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칩 생산을 막는 가시적 효과를 발휘했다.
세계 최고 파운드리업체 TSMC는 다음달 15일부터 화웨이 그룹 산하 반도체 설계업체 하이실리콘이 주문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을게 확실시된다.
중국 매체 매일경제신문(一天成本资讯)에 따르면, 지난 7일 위청동(余承东) 화웨이 소비자사업부 CEO는 '차이나인포100' 행사에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메이트40'에 탑재 예정 AP인 '기린9000'은 다음달 15일부터 생산할 수 없다"며 "마지막 기린칩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가) 반도체를 설계할 줄만 알았다"며 "반도체 제조 측면에서는 아주 안타깝다"고도 했다.
작년 1월 화웨이는 세계 최초 5G 기지국용 코어 칩셋 티엔강(天罡, Tiangang)을 발표했다. 당시 딩윈(丁耘) 화웨이 캐리어사업부 CEO는 "화웨이는 오랫동안 기초 과학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해온 결과, 대규모 5G 기지국 양산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티엔강은 3.5GHz와 2.6GHz 주파수를 지원하며, 이전 세대 제품보다 컴퓨팅 성능을 2.5배 강해졌다고 한다.
티엔강은 TSMC의 7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됐다. TSMC는 화웨이가 티엔강을 발표하기 6개월여 전인 2018년 하반기 7나노미터 양산을 시작했다. 연간 매출에서 7나노미터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9%에서 지난해 27%를 3배 늘었다. 올해 2분기에는 36%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티엔강 발표 시점인 작년 1월부터 미국의 제재로 하이실리콘의 반도체 생산이 제한된 올해 9월 중순까지 대략 1년반 이상의 시간동안, TSMC는 화웨이의 티엔강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실외에 설치되는 기지국은 방수·방진 등 외부환경에 대한 신뢰성과 안정성이 더 크게 요구된다"며 "같은 제품을 몇년간 쓰면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개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