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시장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니켈·코발트·망간(NCM)과 같은 삼원계 중심에서 중국 업체가 주로 만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급성장해 시장의 한축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28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리튬인산철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5년 10%에서 오는 2030년 30%로 세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동안 NCM 계열 삼원계 배터리는 70%에서 30%로 비중이 줄어들 전망이다.
우드맥킨지는 리튬인산철이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니켈, 코발트가 필요 없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밀란 타코어 우드맥킨지 연구원은 "셀투팩(CTP:Cell To Pack) 기술로 리튬인산철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전기차(EV) 내부 공간이 넓어졌다"며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니켈, 코발트 공급 문제는 물론 비용과 안전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리튬인산철은 산화철을 양극재로 쓴다.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망간 등을 양극재로 이용하는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 삼원계 배터리 가격이 100이라면 리튬인산철은 70~80 수준이다. 폭발할 위험도 적다. 대신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CATL, BYD와 같은 중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가 모델3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용하면서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셀투팩과 같이 모듈을 없앤 배터리 팩 설계 덕분이다. 전기차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늘어나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도 삼원계 배터리 대신 적용 분야나 고객사 상황에 따라 리튬인산철 배터리 장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고민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리튬인산철이 배터리 시장 일부를 차지하더라도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삼원계 배터리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니켈 함량을 늘린 하이니켈 양극재를 사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원계 배터리로 공략할 수 있던 시장을 일부 리튬인산철이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 확대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전기차, ESS 시장이 급성장하고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 삼원계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면서 원가절감이 빠르게 이뤄져야 리튬인산철을 확실하게 제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