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가상 무선망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10일 SK텔레콤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가상화 프로세스 표준화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텔,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도 동참한다.
이날 SK텔레콤은 "각 사가 보유한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서버 장비 등을 상호 연동해 글로벌 상용화를 목표로 표준 프로세스를 수립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이통사 누구나 5G 망에 가상화 프로세스 도입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무선망(RAN:Radio Access Network)은 디바이스와 무선연결되는 무선유닛(RU:Radio Unit),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유닛(DU:Data Unit)으로 구분된다. 데이터유닛은 중앙유닛(CU:Central Unit)과 분산유닛(DU: Distributed Unit)으로 나뉜다. 디바이스부터 RU, DU, CU 순으로 연결된다. CU 뒷 부분에는 코어망이 붙는다.
SK텔레콤 5G 망에서 삼성전자·인텔·HPE간 협력은 코어망에 집중될 전망이다. 인텔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HPE 서버, 삼성전자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얹어 사용한다. 코어망은 상당부분 가상화가 이뤄진 영역이다. 이번 협력은 SK텔레콤의 단독식 5G SA(Stand Alone) 상용화에 적용될 전망이다.
가상화는 기존에 통신장비업체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하나로 묶어 해당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만든 장비를 대체하는 기술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시켜, 해당 통신장비의 제품이 아닌 범용 서버(COTS:Commercial Off-The-Shelf) 장비를 쓸 수 있게 한다.
작년 4월 삼성전자는 5G 가상화 CU(vCU: Virtualized CU)를 상용화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이동통신사에서 삼성전자의 vCU를 상용망에서 쓰고 있다. 올해 7월 가상화 DU(vDU)를 출시한바 있다. CU에 이어 DU까지 가상화하게 되면 전체 무선망이 가상화하게 되고, 이를 가상화 RAN(vRAN)이라고 부른다.
SK텔레콤은 5G SA 망 구축에서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사용해 엔드투엔드(end-to-end) 가상화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 코어망을 vRAN과 연결하면 엔드투엔드(end-to-end) 가상화가 된다. 코어투엣지(core-to-edge) 가상화라고도 한다.
버라이즌은 지난달 세계 최초 코어투엣지 가상화 5G 데이터 통신을 상용망에서 성공했다. 이때 삼성전자의 5G vRAN 솔루션이 사용됐다. 삼성전자는 vRAN을 구성하며 x86 기반 인텔칩을 탑재한 범용서버를 썼다.
삼성전자의 가상화 기술은 최근 미국 버라이즌과 맺은 7조9000억원 규모 장비 공급계약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상화 적용이 확대될수록 인텔과 HPE 등 미국 업체의 부품·장비 사용이 많아진다. 이동통신업체 입장에서는 소수의 장비업체에 끌려다니지 않게 돼 망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망 운영에서의 자원활용과 업그레이드에서도 기존보다 손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