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브릿티시텔레콤(BT)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장비를 핀란드 노키아 장비로 우선 대체하기로 했다. 기존에 깔린 화웨이 장비를 2027년말까지 걷어내라는 영국 정부의 방침에 따랐다. 노키아는 화웨이를 제치고 BT의 최대 공급업체가 될 예정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BT의 통신망은 화웨이와 노키아가 각각 2대1 비율로 구성돼 있다. 기존에 3분의 1을 차지하던 노키아가 5G 장비 공급과 더불어 기존에 깔린 화웨이 장비를 대체하게 됐다. 핀란드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는 최근 BT와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대규모 장비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고 지난달 말 밝혔다.
BT가 화웨이 장비의 대체재로 노키아 장비를 채택한데는 2G 등 이전 세대 기술을 함께 제공하는 싱글랜(Single RAN) 기술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통신 업계 관계자는 "4G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2G, 3G에 대한 기술력이 경쟁사대비 떨어진다"며 "화웨이 장비 대체 수요에서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슨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7월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영국 하원 위원회에서 "영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2G와 3G 같은 이전 세대 기술에 대한 요구가 많은 반면, 삼성전자는 4G, 5G 나아가 6G에 더 투자하길 원한다"며 "오픈랜(Open RAN)을 구현해 중소업체 등이 가진 2G, 3G 기술을 자사의 솔루션에 결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5G 도입 초기 제품 준비가 경쟁사 대비 늦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던 노키아가 BT와 계약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키아는 올해 중순에서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국내 5G 통신망에서 경쟁사 장비와 비슷한 수준의 EN-DC(E-UTRA NR Dual Connectivity) 속도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상용화된 5G는 비독립 NSA(Non Stand-Alone) 방식이다. 스마트폰이 5G 통신을 사용해 데이터를 주고받기 전, 4G LTE에 먼저 연결 돼 있어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EN-DC 기술은 5G와 4G LTE를 결합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데 쓰인다.
노키아는 올해 3분기 5G 상용계약 17건을 새로 체결해, 누적 5G 상용계약건수가 100건을 넘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에릭슨은 지난 8월초 누적 5G 상용 계약 1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위 통신장비업체 중국 화웨이는 최신 5G 상용계약 건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딩윈(丁耘) 화웨이 캐리어사업부장이 올해 2월 런던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지금까지 91건의 5G 계약을 맺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에릭슨의 5G 계약건수는 81건이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G 통신장비시장 점유율은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 삼성전자(13.2%)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