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글로벌 반도체 제조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나섰다.
16일 현지 매체 스와라쟈(Swarayja)에 따르면 인도 전자통신기술부(MeitY)는 반도체 웨이퍼 팹 설치 및 확장을 위한 해외 기업의 참가 의향서(EOI)를 받는다고 밝혔다. 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다.
분야는 종합반도체업체(IDM)와 파운드리다. MeitY는 28나노 이하, 300mm 웨이퍼 생산 업체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00mm 이상 웨이퍼 생산 업체도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관련 협력사도 모집 대상이다. MeitY는 인도 정부에 무상자금공여(GIA)와 실행가능성 갭자금공여(VGF), 장기 무이자 융자(LIFF), 세제혜택, 인프라 등 다양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MeitY 관계자는 "인도 전자제품 제조 시장은 최종 조립과 PCBA(인쇄회로기판 조립품) 시장 위주로만 성장했다"면서 "전자부품이나 반도체 제조 생태계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구 13억의 인도는 시장 규모나 성장성, 인력조달 면에서 중국을 대체할 유일한 국가로 평가된다. 국민 평균 연령은 중국, 미국보다 10년 이상 젊은 28세다. 지난 5년간 6% 내외의 고성장으로 중산층도 많아지고 있다.
인도는 국내 기업 진출에 우호적이다.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인도대사는 지난 7월에 열린 김해경제포럼 특별강연에서 "인도 제조역량과 한국의 기술이 결합될 때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인도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싶은 한국기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프라빈 라오 인포시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인도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대표는 10월에 열린 '제1회 인도 경제 포럼'에서 "한국과 인도 양국 간 많은 협력이 이뤄져야 하고 더 많은 제품들이 출시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의 제조 우수성과 인도의 소프트웨어 능력과 결합하면 우수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라인을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 노이자 지역에 구축하고 있다. 인도 정부로부터 1000억원 규모 재정지원과 각종 세금 면제 혜택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018년 7월 인도 노이다에 스마트폰 공장을 구축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인도 반도체 제조 시장 확대 의지가 국내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시장이 크고 노동력도 풍부하다고 평가됐지만, 미국 제재가 오래 이어지고 있고 인력 빼가기 등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보다 인도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EOI 모집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는 반도체 시설 투자가 앞으로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도 시장은 중국에 버금가기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장비·설비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 내 산업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최첨단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모듈, 삼성전자 스마트폰 조립 공장도 인프라 구축할 때 상당한 애를 먹은 것으로 안다"면서 "반도체 전공정 생산은 물과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산업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