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에 D램 가격 상승 전망... 투자 확대로 장비 업계도 화색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D램을 중심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코트라(KOTRA)는 21일 '2021년 수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예상된다고 소개했다.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6~7% 늘어난 5400억~550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이미 내년 메모리 시장이 호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예상 수요 대비 공급이 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는 높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되고 서버 시장도 성장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대비 13% 이상 성장한 14억8000만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5G폰은 올해 2억7000만대에서 내년 6억7000만대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화웨이가 위축된 틈을 노려 오포, 비포, 샤오미 등 스마트폰 업체들의 모바일 D램 주문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증가 영향으로 서버 업체 수요도 몰리고 있다. 미국 구글과 아마존은 데이터센터용 D램 주문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2분기 후반에는 인텔 서버 신제품 '아이스레이크(Intel Ice Lake)'도 출시된다. 이 제품을 기다려온 데이터센터 큰손들이 본격 투자를 하면 서버 D램 수요 상승이 예상된다. 인텔은 서버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의 약 95%를 차지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혜를 본 대표 업종인 노트북과 태블릿PC 수요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마케팅팀 전무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 수요의 경우 중저가 세트로의 5G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4분기부터 증가한 스마트폰 중화 업체의 빌드 수요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고객사의 재고조정 영향으로 다소 약세였던 서버 수요는 업체의 재고 수준이 건전화되고 위축됐던 투자가 회복되는 가운데, 신규 CPU 출시 영향까지 더해지면 내년 상반기에 본격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공급은 부족하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최근 2년간 투자가 저조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9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598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645억 달러 대비 7% 하락한 수치다. 특히 국내 반도체 장비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2019년 99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2018년(117억1000만 달러)보다 44% 하락했다. 보통 반도체 공장 건설에 2년이 걸리고 장비 입고를 1년 전에 한다는 점을 가정했을 때 2년간 투자를 줄여왔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3~4주분 이상 쌓여있었던 D램 재고가 최근 2주 내외로 정상화됐다"면서 "이 같은 속도면 공급 부족 현상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2분기 이후에 D램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여기에 주요 D램 사업자인 마이크론의 대만 MTTW 공장 정전 사태가 공급부족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12월 3일 MTTW 공장은 정전된 후 약 1~2시간 뒤 전력이 복구됐다. 이 공장의 D램 생산량은 마이크론의 30%, 글로벌 D램 전체 시장의 약 9%를 차지한다. 구체 손실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파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잠시라도 멈추면 라인에 들어간 웨이퍼 전량을 폐기해야 한다.
반도체 공급부족이 예상되면서 D램 단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을 알리는 또 다른 신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현물가격은 지난달 말 2.7달러 수준에서 이달 21일 기준 3.4달러로, 26%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품목별로 서버 D램이 0~5%, 그래픽 D램이 5~10%, 컨슈머 D램이 0~8%가량 늘어 올해 4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서는 내년 1분기 108달러 수준의 서버 D램이 4분기에는 152달러대까지 상승한다는 관측도 있다.
메모리 기업은 투자 확대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연간 반도체 설비 투자 전망치를 28조9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연간 투자액 22조5649억원보다 28.1% 늘어난 수치다. 또 내년 전체 메모리 투자 금액은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모바일 D램 고객의 수요 대응에 집중하고, 선단 공정기술의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서버 D램 시장 입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장비 기업은 수혜가 예상된다. SEMI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 매출이 향후 2년간 계속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올해 장비 매출 688억달러에서 2021년 721억달러, 2022년 761억달러로 성장한다고 예상했다. 특히 한국 지역 반도체 투자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보았다. 2021년 189억달러, 2022년 197억달러의 장비 매출을 예고했다. SEMI는 "한국은 메모리 수요회복에 따른 투자 확대와 로직 분야 투자가 늘어나 2021년과 2022년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투자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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