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CATL이 1위, LG에너지솔루션이 2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의 배터리 사용량은 고작 0.5GWh 차이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한·중·일 기업간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CATL(28.4GWh)이 1위, LG에너지솔루션(27.9GWh)이 2위를 차지했다.
삼성SDI(5.8GWh)는 5위, SK이노베이션(5.1GWh)은 6위다. 3위와 4위는 각각 일본 파나소닉(17.1GWh)과 중국 BYD(7.1GWh)가 차지했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건 중국 업체들이다. CATL, BYD, CALB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빠르게 커지는 중국 시장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작년 동기 대비 3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미국 진출로가 막힌 중국 배터리 업체는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중국 다음으로 성장률이 높은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같은 한국 업체들이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인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며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인 LG화학은 배터리 분야에 6조원, 삼성SDI는 2조원, SK이노베이션도 2025년까지 18조원을 투자한다.
CATL과 BYD를 필두로 한 중국 배터리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CATL은 최근 주요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2023년까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공식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가격은 30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면서 매장량은 리튬의 1000배를 넘는다.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최대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CATL은 회사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과 나트륨이온 배터리 셀을 하나의 배터리 팩으로 묶어 단점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파나소닉과 도요타 합작사인 '프라임플래닛에너지&솔루션(이하 프라임플래닛)은 내년까지 배터리 제조 단가를 현재의 5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재 확보와 생산 효율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해외 배터리 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기차 가격의 20%가량을 배터리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가격만 낮춰도 전기차 판매 단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폭스바겐, 포르쉐, 제네럴모터스(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통해 배터리 가격을 낮추려 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술 우위를 가지고 있는 NCM 하이니켈 배터리를 기반으로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코발트·망간으로 이루어진 기존 NCM 양극재에 소량의 알루미늄을 추가한 NCMA 양극재를 개발했다. 양극재에 니켈 비중을 높이면 화재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데, 이때 소량의 알루미늄을 섞으면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 높아진다. 값비싼 코발트를 적게 사용해서 가격 경쟁력도 함께 올릴 수 있다.
삼성SDI도 니켈 함량 91%에 달하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양산에 들어갔다. 망간 대신 알루미늄만을 활용해 안전성을 높이는 만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높아 전동공구에 많이 사용됐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을 94%까지 점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NCM구반반(9, ½, ½) 배터리를 개발해 올해 하반기 포드 F-150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하이니켈 배터리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알루미늄을 추가하는 대신 Z-스태킹(Stacking) 공법을 사용했다. Z-스태킹이란 영어 알파벳 'Z'나 한글의 'ㄹ'처럼, 배터리의 분리막을 자르지 않고 계속 이어서 적층하는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공정을 통해 생산 속도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배터리 업계는 높은 주행속도, 높은 안전성, 낮은 가격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국내 3사의 하이니켈 양극재가 포함된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속도를 올리는데 최적이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CATL이 개발중인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가격이 매우 싸지만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 배터리의 3분의 1도 안 된다. 그만큼 최대 주행속도가 낮아 고성능 전기차에 탑재하기는 어렵다. 파나소닉도 반값 배터리 전략을 내세워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배터리 업계에 도전장을 냈다.
SNE리서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기술 경쟁력과 성장 동력, 시장 전략 점검등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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