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기주주총회서 반도체기판 새 패러다임 'SoS' 소개
주총선 LG이노텍과 비교하며 주주가치 제고 바라는 목소리도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 생산능력 추가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장덕현 사장이 고객사와 FC-BGA 생산능력 확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선 지난해 1조원 규모 FC-BGA 투자에 이어 삼성전기가 추가로 FC-BGA에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6일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사와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생산능력 확대를 협의하고 있다"며 "(FC-BGA) 생산능력 확대를 지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FC-BGA는 서버와 네트워크, PC 등에 사용하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이다. 국내에선 삼성전기가 FC-BGA 시장을 이끌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해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원 규모로 FC-BGA에 투자하고 2주일 전 30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며 "현재 고객사와 논의 중인 생산능력 확대 관련 내용은 곧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삼성전기가 지난해 12월의 1조원 규모 FC- BGA 투자에 이어 추가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기는 베트남에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패키지 기판 공장을 조기에 안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삼성전기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판매사무소를 개소했다. 삼성전기는 미국 산호세에 판매법인을 두고, 샌디에이고와 피닉스, 디트로이트 등에 판매사무소를 운영해왔는데 이번에 오스틴 판매사무소가 추가됐다. 오스틴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다.
장덕현 사장은 또 패키지 기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SoS'(System on Substrate)를 제시했다. 장 사장이 제시한 SoS는 'SoC'(System on Chip)를 차용한 용어다. SoC가 시스템화된 반도체라면, SoS는 반도체 기판에 시스템화된 반도체를 연결한 것으로 시스템화된 기판을 뜻한다.
장 사장은 "패키지 기판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며 "반도체 기판인 서브스트레이트(Substrate)가 앞으로 모든 시스템을 통합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SoS 패러다임 변화로 (반도체 기판) 시장이 좋을 것 같다"며 "(삼성전기가)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해 이 시장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판 위에 더 많은 반도체를 올리려면 기판은 면적이 넓어지고 기능은 확대돼야 한다. 반도체 기술이 첨단화되면 반도체 기판 역시 회로선폭이 얇아져야 하고, 여러 층을 겹겹이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요구사항이 많으면 기술 난도가 높아져 생산수율이 떨어지지만 부가가치는 올라간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FC-BGA 등 반도체 기판 부족은 앞으로도 2년 이상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경쟁사인 LG이노텍과 비교하는 등 삼성전기 주주가치를 제고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해 삼성전기 배당액은 보통주 2100원(우선주 2150원)으로 1년 전의 보통주 1400원(우선주 1450원)보다 올랐지만 LG이노텍의 올해 배당액인 주당 3000원보다 적다.
주총에선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4개 안건 모두 가결됐다. 사외이사는 이윤정 이사, 사내이사는 장덕현 사장과 김성진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등이 새로 선임됐다. 이윤정 사외이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주총에는 3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