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까지 투자 순차 집행"
또다른 해외 고객사 투자 가능성
삼성전기가 1조1000억원 규모로 예상됐던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 신규투자를 공식화했다. 주요 고객사는 인텔로 추정된다. 삼성전기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 FC-BGA 분야 선도업체 본격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생산법인에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생산설비와 인프라 구축에 8억5000만달러(약 1조1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금액은 2023년까지 순차 집행한다.
FC 방식 반도체 기판은 크게 FC-BGA와, FC-칩스케일패키지(CSP)로 나뉜다. FC-BGA는 서버·PC용 CPU, FC-CSP는 스마트폰 AP에 주로 사용한다. FC-CSP보다는 FC-BGA, 그리고 FC-BGA 중에서도 PC용보다 서버용이 고부가 제품이다.
앞서 지난 9월 삼성전기는 해외 A사 생산라인 등 반도체 기판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삼성전기가 밝힌 FC-BGA 신규투자의 주요 고객사는 인텔로 추정된다. 삼성전기가 이번에 신규 투자하는 FC-BGA 생산라인에서는 PC와 네트워크용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조기사: [디일렉] 삼성전기, 해외 A사 라인 등 반도체기판에 1.1조원 투자)
FC-BGA 라인은 경연성회로기판(RFPCB) 설비를 걷어낼 베트남 공장에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RFPCB 설비는 매각 작업 중이다. RFPCB는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주 기판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연성회로기판(FPCB)이다.
동시에 삼성전기는 해외 글로벌 고객사에 납품할 또 다른 FC-BGA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고객사에는 당장은 PC용 FC-BGA를 납품하지만, 향후 서버용 FC-BGA 납품까지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베트남 생산법인은 FC-BGA 생산 거점으로, 수원·부산사업장은 기술 개발 및 하이엔드 제품 생산기지로 특화할 예정"이라며 "이번 투자로 반도체 고성능화 및 시장 성장에 따른 패키지 기판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네트워크 등 고부가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FC-BGA 투자로 새 성장동력을 찾았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9년 반도체 기판이 필요 없는 PLP(Panel Level Package) 사업을 삼성전자에 양도한 뒤 성장 사업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 투자로 고민을 해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버·네트워크용 FC-BGA는 수요가 급증해 공급이 부족하다. 기술 진화도 공급부족 원인이다. FC-BGA 면적이 커지고 층수가 높아지면서 면적으로 따지는 FC-BGA 생산능력이 줄어들고 있다. 층수가 높아지면 완제품 기준 생산면적이 줄어드는 데다 기술 난도가 높아 생산수율도 떨어진다. 전세계에서 FC-BGA 양산업체는 이비덴과 삼성전기 등 10여곳에 불과하다.
FC 방식 반도체 기판은 칩에 솔더(Solder)를 붙이는 범핑(Bumping) 작업을 거치고, 이를 뒤집어서(플립칩) 기판에 연결하는 기술을 적용한다. FC 방식은 전선(와이어)으로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기존 와이어 본딩 방식보다 칩-기판 사이 거리가 짧아 전기신호 손실이 작고 입출력(I/O) 단자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