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5000억원 이상 투자 전망
LG이노텍이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시장에 진출한다. 3분기 안에 수천억원 규모 신규 시설투자 공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FC-BGA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FC-BGA 샘플을 제작해 잠재 고객사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아직 FC-BGA 양산라인이 없어 연구개발 라인에서 샘플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 양산라인이 없어도 샘플 테스트 후 납품 계약을 하고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도 흔하다.
LG이노텍의 FC-BGA 시설투자 규모는 4000억~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한다. 국내 FC-BGA 1위 업체 삼성전기와 경쟁하려면 적어도 4000억~5000억원 투자는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다. 국내 또 다른 반도체 기판 업체 대덕전자는 지난해와 지난 3월 FC-BGA에 모두 16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이노텍의 FC-BGA 생산시설은 발광다이오드(LED) 설비를 들어낸 경기 파주 사업장이나, 유휴 공간이 있는 구미 사업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파주 사업장에 FC-BGA 생산설비를 갖추려면 기존 공장을 증설하는 등의 조치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선 LG이노텍이 1만평 규모 부지를 새로 확보하고 FC-BGA 설비를 투자하려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사업장을 활용하는 것이 경영진 입장에서 합리적이고, 회사는 이미 지난 2월 애플에 납품할 카메라 모듈 생산라인 증설에 5478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FC-BGA 공급 부족이 이어지자 LG이노텍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이비덴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FC-BGA에 약 3조원을 투자했다"며 "LG이노텍의 FC-BGA 투자 결정으로 일본과 국내 업체 생산능력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회사는 사업보고서에서 기판소재연구소장 출신 이혁수 상무를 FC-BGA 태스크 리더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FC-BGA 기판 양산 업체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삼성전기 등 일부 기업에 불과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버·네트워크 등에 필요한 FC-BGA 수요가 급증해 FC-BGA는 공급이 부족하다.
FC-BGA 면적이 커지고 층수가 높아지면서 면적으로 따지는 FC-BGA 생산능력도 줄어들고 있다. 층수가 높아지면 완제품 기준 생산면적이 줄어들고 기술 난도가 높아 생산수율도 떨어진다. 서버용 FC-BGA는 이비덴과 신코덴키가 주도한다. PC용 FC-BGA는 삼성전기와 이비덴, 신코덴키, 대만 난야, 유니마이크론, 오스트리아 AT&S 등이 생산한다.
LG이노텍은 FC 방식 기판 중에선 스마트폰 AP에 주로 사용하는 FC-칩스케일패키지(CSP) 기판을 생산해왔다. FC-CSP 생산업체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 유니마이크론, 킨서스 등이다.
FC 방식 반도체 기판은 칩에 솔더(Solder)를 붙이는 범핑(Bumping) 작업을 거치고, 이를 뒤집어서(플립칩) 기판에 연결하는 기술이다. FC 방식은 전선(와이어)으로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기존 와이어 본딩 방식보다 칩-기판 사이 거리가 짧아 전기신호 손실이 작고 입출력(I/O) 단자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 FC-CSP보다는 FC-BGA, 그리고 FC-BGA 중에서도 PC용보다 서버용이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