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비덴·신코덴키 등에도 제안 추정
인텔이 삼성전기에 반도체 패키지용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기판 선 투자를 제안했다.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인텔의 공급망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3월께 삼성전기에 FC-BGA 기판 관련 수천억원대 선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3월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서 FC 방식은 칩에 솔더(Solder)를 붙이는 범핑(Bumping) 작업을 거치고, 이를 뒤집어서(플립칩) 기판에 연결하는 기술이다. FC 방식은 전선(와이어)으로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기존 와이어 본딩 방식보다 칩-기판 사이 거리가 짧아 전기신호 손실이 작고 입출력(I/O) 단자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
FC 기판 중에서도 스마트폰 AP는 FC-칩스케일패키지(CSP) 방식을, 서버·PC용 CPU는 FC-BGA 방식을 사용한다. FC-CSP보다는 FC-BGA, 그리고 FC-BGA 중에서도 PC용보다 서버용이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인텔이 삼성전기에 FC-BGA 선 투자를 제안한 것은 최근 부품류 공급부족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파운드리 사업 진출에 따른 공급망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파운드리 사업을 하려면 반도체 패키지 업체와, 패키지 기판 업체를 협력사로 확보해야 한다.
현재 전세계에서 FC-BGA 기판을 양산하는 업체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삼성전기 등 일부 기업에 불과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버·네트워크 등에 필요한 FC-BGA 수요가 급증해 FC-BGA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비덴 등은 FC-BGA 생산시설을 완전 가동 수준으로 돌리고 있어 생산능력 추가 할당은 쉽지 않다.
삼성전기는 아직 인텔의 이번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인텔의 제안이 삼성전기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나, 제안 내용에 삼성전기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삼성전기에 앞서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에도 FC-BGA 선 투자를 제안했을 것"이라며 "아직 인텔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전기가 인텔에 긍정 답변을 보내지 않았지만 추가 논의 가능성은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FC-BGA 기판을 인텔에 납품 중이고, 인텔 내 FC-BGA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인텔도 반도체 패키지 기판 업체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전기와 이비덴 등에 다시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비덴과 신코덴키는 FC-BGA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기에 앞선다. 서버용 FC-BGA는 이비덴과 신코덴키가 주력 업체다. PC용 FC-BGA는 삼성전기와 신코덴키, 대만 난야, 유니마이크론, 오스트리아 AT&S 등이 생산한다. 대덕전자가 FC-BGA를 소량 생산 중이고, LG이노텍은 FC-BGA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최근 기술 진화도 FC-BGA 공급부족 원인이다. FC-BGA 면적이 커지고 층수가 높아지면서 면적으로 따지는 FC-BGA 생산능력이 줄어들고 있다. 층수가 높아지면 완제품 기준 생산면적이 줄어드는 데다 기술 난도가 높아 생산수율도 떨어진다.
이비덴은 지난 2019년 FC-CSP 사업에서 철수하고 FC-BGA에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삼성전기의 FC-CSP 시장 점유율이 늘었다. FC-CSP는 스마트폰 AP에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란 고객사가 있는 삼성전기가 사업을 지속하기에 유리하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 유니마이크론 등이 FC-CSP를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