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장비 등 리드타임 감안하면 내년께 양산가능
삼성전기를 필두로 FC-BGA 관련 대규모 투자계획이 이어지면서 LG이노텍의 투자 확정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초 FC-BGA 태스크포스(TF)를 만든 이후 1년 넘게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노광장비 등 일부 핵심장비 리드타임이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LG이노텍의 FC-BGA 양산은 내년쯤 가능할 전망이다. 2024년은 돼야 양산품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추정도 이어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투자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사업계획과 투자규모를 확정해야 그에 맞게 핵심장비도 발주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진행 상황이 더딘 편이다.
FC-BGA는 PC나 서버 등에 사용하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이다. FC-BGA는 LG이노텍이 양산해온 FC-칩스케일패키지(CSP)보다 기술 난도가 높다.
LG이노텍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 회사 차원에서 FC-BGA 투자를 결정했고, 하반기에는 LG그룹(지주사) 승인도 받았다. 지난해 초 FC-BGA 태스크포스를 꾸린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년여간 투자를 검토 중인 셈이다.
업계에선 1년 이상 걸리는 FC-BGA 핵심장비 리드타임(장비 발주부터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과 이에 따르는 사업 변수, 업황 불확실성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장비 리드타임이 1년 이상 걸리면 전체적인 생산라인 설치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리드타임이 1년 이상 걸리는 핵심장비는 노광장비,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 합착기(라미네이터) 등이다. 예년같으면 6개월이면 충분하지만 코로나19 지속으로 원자재와 장비 조달이 원만치 않아 리드타임이 1년 이상으로 늘었다.
LG이노텍은 FC-BGA가 신사업이어서 이미 구축한 공급망이 없다. 때문에 LG이노텍이 노광장비나 ABF 합착기를 만드는 일본 선도업체에 장비를 빨리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 어렵다. 기존 장비업체 입장에서도 FC-BGA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삼성전기 등 기존 고객사와 협력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장비업체가 원자재 수급난 때문에 기존 고객사 납기도 지킬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규 고객사 유치를 위해 무리수를 두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도 유사 장비를 만드는 업체가 있지만 생산수율을 담보할 수 없다.
FC-BGA 양산시점도 문제다. LG이노텍이 당장 노광장비 등을 발주하고 내년에 받는다고 해도 장비를 안정적으로 설치하고 생산수율을 올리면서 고객사를 확보하려면 또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내년에 핵심장비가 모두 입고되더라도 LG이노텍의 FC-BGA 양산시점은 2024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이노텍 투자결정의 또 다른 변수는 업황이다. 현재는 FC-BGA 공급부족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2023년이나 2024년에 반도체 기판 호황이 꺼질 수도 있다.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이 FC-BGA에 수조원씩 추가 투자하는 상황에서 FC-BGA 공급이 원활해질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업계 일각에선 더 늦기 전에 LG이노텍이 FC-BGA 투자계획을 확정하고 집행해야 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최종 결정이 늦어질수록 투자 실기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다.
한편, LG이노텍의 FC-BGA 예상 투자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4000억~5000억원 내외로 추정됐지만, 하반기에는 1조원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졌다. 소위 '쩐의 전쟁'인 FC-BGA 시장에서 LG이노텍이 중장기적으로 삼성전기 등과 경쟁하려면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5000억원 수준 투자로는 FC-BGA에서도 틈새시장만 노릴 수 있다. LG그룹에서도 5000억원 수준의 FC-BGA 투자를 검토한 LG이노텍에 1조원은 투자해야 삼성전기와 경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