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생산능력 확대 차원
국내 중견 배터리 장비업체 필에너지가 내년 상반기 목표로 기업공개(IPO) 작업에 들어갔다.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필에너지는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필옵틱스의 자회사다. 지난 2020년 9월 삼성SDI가 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투자한 기업이다. 지분 20%를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다. 올해 2월 필옵틱스 김광일 사장을 필에너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등 독립적인 사업 추진과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필에너지는 삼성SDI가 주요 고객사다. 초기에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소재의 탭(Tab)을 만들기 위한 노칭(Notching) 장비를 주로 공급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방식이었다. 이후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공법이 바뀌면서 주력 장비가 스태킹(Stacking)으로 달라졌다.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지그재그로 번갈아 쌓는 장비다.
상장 추진 배경에는 삼성SDI의 해외 합작사 설립과 생산능력 확대도 맞물려 있다. 최근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했다. 23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총 투자액은 3조원이다. 삼성SDI는 1조6313억원을 2025년까지 투자한다. 현지 배터리 생산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핵심장비를 공급하는 필에너지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칭, 스태킹 외 다른 배터리 조립공정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배터리 탭을 용접하기 위한 탭 웰딩(Tab Welding) 장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세정, 캡(Cap) 웰딩, 외관검사 등 다양한 장비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삼성SDI 외 다른 배터리 셀 업체 공략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기술이 들어간 장비 외에 다른 장비를 다른 배터리 업체에 공급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SDI가 투자했지만,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매출 확대를 노리고 안정적 사업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필에너지 매출은 1650억원, 영업이익은 74억원이었다. 현재 수주 속도를 고려했을 때 올해 2000억원 내외의 매출 달성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