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협력사 대거 참여
북유럽 신생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국내 후방산업계와 협력에 나선다. 노르웨이 모로우배터리(모로우)의 파일럿 라인에 삼성SDI 협력사가 대거 참여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모로우는 노르웨이 최대 전력기업인 스태트크래프트(Statkraft)의 자회사인 아그델에너지벤처(Agdel Energy Venture), 덴마크 연기금 피케이에이(PKA) 등이 투자한 기업이다. 노르웨이 아렌달(Arendal) 지역에 고성능 전기차 약 7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산 42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파일럿 라인은 아렌달 공장 인근에 마련된다. 1GWh 내외로 추정된다. 장비 공급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양산 라인까지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소재를 섞어주는 믹싱장비는 티에스아이,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장비는 피엔티, 양·음극의 탭(Tab)을 형성하는 노칭장비는 필에너지, 노칭을 거친 양·음극과 분리막을 계단처럼 층층이 쌓는 스택장비는 유일에너테크, 배터리 소재를 집어넣고 뚜껑 역할을 하는 캡(Cap)을 용접하는 조립장비는 엠오티(MOT), 형태가 완성된 배터리를 충전과 방전해 활성화하는 포매이션장비는 갑진이 맡는다. 공장 내부 드라이룸은 한국진공 담당이다.
해당 기업들은 삼성SDI 핵심 협력사로 이뤄졌다. 특히 필에너지는 삼성SDI가 투자한 기업이다. 지분의 20%를 삼성SDI가 보유 중이다. 조립장비는 담당한 엠오티는 삼성SDI 헝가리 괴드 2공장에 각형 배터리 껍데기인 금속 캔(CAN)을 레이저를 이용해 세정하는 '식각 레이저 세정' 장비를 단독으로 공급한 전력이 있다.
삼성SDI가 아닌 SK온 핵심 협력사인 유일에너테크 참여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 회사는 SK온이 주로 만드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노칭장비를 주로 공급했다. 최근 경쟁사인 우원기술에 밀려 노칭장비 수주량이 줄어든 것이 모로우 파일럿 라인 참여 이유로 풀이된다. 매출의 90% 이상이 SK온에서 발생했다. SK온 수주가 줄어들면 실적에 곧바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삼성SDI와 접촉해 헝가리 괴드 2공장에 들어갈 노칭 장비 공급을 타진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장비는 수주에 실패했다. 피엔티가 공급에 성공했다.
모로우는 배터리 핵심소재를 포스코케미칼과 협력한다. 포스코케미칼은 모로우가 2024년부터 양산할 배터리에 들어갈 양극재, 음극재를 개발하고 공급도 추진하기로 했다. 사실상 한국 후방산업계의 힘을 빌어 배터리 사업을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률이 70% 이상이라 자체 배터리 수급 요구가 상당하다"며 "현지에 배터리 소재 거래선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한국 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