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사 설립에 신생 업체 발굴
우수 협력사 변화폭‧역할론에 주목
삼성SDI가 후방 산업군 재편에 나선다. 그간 여러 업체를 돌아가며 활용했던 것과 달라진 행보다. 배터리 소재‧부품‧장비 등을 납품하는 협력사의 질을 높이고, 필요한 경우 지분 투자와 같이 안정적 생태계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후방 생태계 전략 변화에 따라 우수 협력사 모임인 삼성SDI 파트너십 협회(SSP:Samsung SDI Partnership association)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 SSP는 1000여개에 이르는 삼성SDI 협력사 가운데 핵심 역량을 담당하는 기업을 30여개로 압축한 단체다. 1996년 '협관회'로 출발해 2004년부터 SSP라는 이름을 쓴다. 자격 기간은 2년이다. 최근 새로 SSP 회원사를 선정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배터리 소재‧부품‧장비를 담당하는 협력사 정책을 중장기 동반 성장 체계로 변경했다. 특정 업체에 발주를 집중하는 대신 단가 인하와 장기 계약으로 묶는 방법이다. 지난 2020년 국내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의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을 비롯해 필에너지에 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진행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부턴 합작사, 지분 투자 외에 발주 자체를 특정 협력사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배터리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공정용 장비는 ㈜한화, 양‧음극 탭(Tab)을 따주는 노칭(Notching) 장비는 피엔티, 배터리 조립공정 장비는 하나기술과 엠오티(MOT) 등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배터리 소재를 섞어주는 믹싱 장비도 국내 비상장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장비는 아예 특정 업체에 집중하고 있다. 헝가리 괴드 2공장의 조립공정 장비는 피엔티, 필에너지, 엠오티가 모두 맡았다. 특히 엠오티는 기존 1공장에서 하나기술과 나눠 발주를 받았던 캡 웰딩(Cab Welding) 장비를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캡 웰딩은 원통형, 각형 배터리의 양‧음극 금속판을 덮어주고 레이저로 용접하는 공정이다.
덕분에 엠오티 실적은 2019년 15억원에서 2020년 301억원, 지난해 662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 회사는 삼성SDI 출신인 마점래 대표가 2001년 창업했다. 과거 발광다이오드(LED) 이전 액정표시장치(LCD) 광원 역할을 했던 냉음극 형광램프(CCFL) 용접장비로 성장하다가 2015년 이후 배터리 장비로 주력 제품을 바꿨다.
디아이오토, 금명하이텍, 호건에프에이, 신진초음파 등도 삼성SDI가 적극 활용하는 협력사다. 이들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각자 영역에서 삼성SDI와 오랫동안 거래한 전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내부적으로) 투자 효율성 제고, 유망 신생 기업을 발굴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며 "적당한 협력사가 있다면 에코프로이엠, 필에너지처럼 합작사나 지분 투자도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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