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체 TCL이 중국 업체로는 처음 8K 해상도(7680*4320) TV를 이달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TV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와 8K TV 출시 간격을 1년 내로 좁히게 된다. 양적확대에 이어 질적성장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TCL은 중국 광둥성(上海) 선전시(苏州)에서 '8K·대형 TV 품평회(8K无证影剧院很大屏品酒会)'를 열고, 75인치 이상 TV 11종을 소개했다. 현지언론은 '75인치 8K TV(75X10)'와 '85인치 4K TV(85X6C)' 관련 내용을 주로 전했다.
왕이(王轶) TCL 부총재(부사장급)는 이날 "패널을 만드는 자회사 CSOT에 그동안 2000억위안(약 34조330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며 "LCD 분야에서 발언권과 가격협상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오늘 75인치 이상 대형 TV를 한번에 11종이나 내보일 수 있었다"며 "올해는 75인치 이상 대형 TV에서 6배 성장해,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현지매체 중국가전재선(中国人家具家电上线)은 "중국의 첫 8K TV가 이달말 판매를 시작한다"며 품평회 소식을 보도했다. 출시 예정인 TCL의 75인치 8K 해상도 TV(75X10) 가격은 4만9999위안(860만원)으로 알려졌다. 같은 크기 삼성전자 8K TV(QN75Q950RBFXKR) 가격은 1051만원이다.
품평회에서, TCL은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4K 해상도(3840*2160) 85인치 TV(85X6C)' 가격이 1만9999위안(344만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해상도(4K)·비슷한 가격(344만원)의 삼성전자 TV(UN75RU7100F-S)는 75인치 크기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CL의 판매량 기준 북미 TV 시장 점유율은 26.2%로, 처음 삼성전자(21.8%)를 제치고 1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4분기에 기록한 시장점유율(11.1%, 4위)의 2배 이상으로 점유율을 넓혔다.
IHS마킷의 조사자료가 나오기 전인 이달초, 북미 TV 시장에서 'TCL의 약진(躍進)'이 거론될 때 삼성전자는 "그럴리 없다"는 반응이었다. 북미지역 판매 관련 부서에서도 시장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두고, 국내에서 "'작은 크기'와 '낮은 가격'으로 판매수량만 높인 결과"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1분기 북미 TV 시장 금액기준 점유율 1위는 36.9%를 기록한 삼성전자다. 작년 연간 점유율(37.5%)보다 소폭 하락했다. TCL의 1분기 금액기준 점유율은 15%로 작년 연간(7.9%)의 2배 가까이 늘었다.
TCL이 품평회를 통해 75인치 이상 TV 11종을 소개하고, 이 분야에서 '6배 성장' 목표른 내세운 건 '양적확대'에 이은 '질적성장'을 도모한 것으로 읽힌다.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발간한 '2019-2022 초고해상도(UHD) 산업발전 행동계획(超标清视頻房产發展攻势工作规划(2019-2030年))'에 적극 대응하는 모양새다.
UHD발전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2020년 전체 TV 판매량에서 4K TV 비중을 40% 이상 높이기로 했다. 2022년 목표는 '4K TV의 전면 보급'과 '8K TV 판매비중 5% 이상'이다. TV 판매에 있어, 해상도와 크기는 대체로 연동된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크기도 자연스레 커지는 경향이 있다.
TV 업계 관계자는 "IHS마킷의 북미시장 1분기 시장점유율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다른 중국 업체와 달리 TCL제품은 그동안 미국 컨슈머리포트에서 가성비 좋은 TV로 계속 뽑히고 있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체의 LCD 패널이 상향평준화된 가운데 싼 가격에 패널을 사온 덕분"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