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등 P3 공사계약 금액 급증
3분기부터 최근까지 1조원 이상 공사비용 증가
인플레 심화로 건축비 상승…인텔 등 다른 업체도 부담 증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심화 현상이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계획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기도 평택 P3 등 반도체 공장 건설을 맡은 협력사들이 공사계약금을 3분기 들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부담해야 할 추가 공사비용도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은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공사 계약액을 계속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맡는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이들 3사는 국내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설계에서부터 골조, 토목, 마감공사 등 건축 전반에 대한 수주를 맡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 3분기 말부터 삼성전자 평택 P2·P3, 삼성의 EUV 전용 팹인 V2 등에 대한 건설 비용을 당초 계약 대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가량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11~12월 총 4차례의 정정공시를 통해 계약금액을 5조6800억원에서 6조2300억원으로 5500억원가량 상향했다. 특히 P3 Ph2 라인의 마감공사 비용은 3410억원이나 올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9월부터 12월까지 총 5차례 계약규모를 바꾸는 정정공시를 냈다. 이에 따라 계약금액도 당초 약 3조2750억원에서 3조 7470억원으로 4720억원가량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삼성물산과 마찬가지로 P3 Ph2 라인의 공사 비용이 다른 계약 대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P3 ph2 라인에 대한 마감공사 계약금액을 당초 대비 460억원가량 높였다. 이처럼 3개사가 정정한 계약규모를 합하면 삼성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1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일부 계약의 경우 공사 마감 일자도 최대 1년가량 뒤로 밀렸다.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비용 상승을 견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10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19.90에서 2021년 138.30으로 15.35% 올랐으며, 2022년에도 148.54로 7.40%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환율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원자재 및 인건비가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최근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시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요 반도체 업체인 인텔 역시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독일 매체 폴크스슈티메는 "인텔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짓기로 한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이 당초 170억 유로(한화 약 23.5조원)에서 200억 유로(약 27.65조)으로 늘어났다"며 "이로 인해 반도체 공장 착공 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