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에 이어 양산 장비도 수주
LG에너지솔루션과도 협력 확대
한화그룹 산하 배터리 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모멘텀이 스웨덴 노스볼트 배터리 장비 수주에 성공했다. 배터리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공정용 장비 제작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6일 파악됐다. 파일럿과 양산 장비를 합친 수주액은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모멘텀의 노스볼트 배터리 장비 수주가 외부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는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노스볼트를 두드렸다. 하지만 일본 히라노텍시드, 국내 씨아이에스로 굳어진 전극공정 장비 체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반전의 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련됐다. 스웨덴 베스테로스 연구·개발(R&D) 시설에 마련된 파일럿 라인용 장비 공급에 성공했다. 이후 양산 장비까지 공급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일럿에 이어 양산 장비까지 공급 논의가 이뤄지는 배경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전략 변화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한화는 배터리 포매이션(활성화), 물류 중심의 후공정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고, 국내외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상태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SK온 미국 조지아 공장 물류 장비가 최근 내세울 수 있는 장비 공급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 김동관 부회장은 수익성이 높고 한화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비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양극재 재료 소성(열로 서로 다른 물질을 섞는 작업)을 위한 소성로, 배터리 양극과 음극 생산을 위한 전극공정 장비에 집중하는 것이 골자다. 소성로는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 에코프로비엠 포항 캠퍼스 주요 양극재 공장의 소성로 상당수는 한화가 공급한 것이다.
올해 에코프로비엠이 1분기 CAM8, 3분기 CAM9 신공장을 포항에 건설할 계획이라 추가 수주도 예상된다. 전극공정 장비는 삼성SDI에 주로 공급했다. 노스볼트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해외 배터리 업체 공략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스볼트는 베스테로스의 파일럿 라인 이후 스웨덴 북동부에 있는 셸레프테오 공장의 양산 라인에 장비를 넣는 구조다. 한화는 이 과정을 빠르게 거쳤다.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 배터리 장비 사업의 다음 고객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LG와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협력에 나서기로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그룹은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공동 투자를 추진한다. 배터리뿐 아니라 ESS에 포함되는 공조시스템, 전장부품 등 통합 시스템 솔루션의 기술 개발도 이뤄진다.
배터리 장비도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얼티엄셀즈, 스텔란티스,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함께 합작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국 오창, 폴란드, 미시간 등 기존 단독 공장들의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투자가 예정되어 있다. 한화도 LG에너지솔루션 투자에 발맞춰 다양한 배터리 장비 공급을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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