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김동관 부회장 "돈 되는 사업만 하라" 지시
블루오벌SK 장비입찰 탈락도 LG와 협력 배경
한화그룹이 지난 1월 LG그룹과 배터리 사업에서 전방위 협력을 진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배터리 장비 분야에서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은 삼성과 SK 대신, 그간 별다른 거래가 없던 LG와 파트너십을 맺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SK온 미국 조지아 공장 화재 사건이 한화-LG 배터리 동맹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장비가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배터리 소재나 전극을 만드는 장비가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화가) SK 대신 LG와 맞손을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산하 배터리 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모멘텀은 지난해 발생한 SK온 미국 배터리 공장 화재 당시 해당 공정의 장비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SK온은 수십억원 규모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화재는 후공정의 일부인 포매이션(활성화) 공정에서 발생했다. 배터리가 물류 장비에 담겨 포매이션 장비를 오가면서 불량품이 섞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동관 부회장은 수익성이 높고 한화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비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양극재 재료 소성(열로 서로 다른 물질을 섞는 작업)을 위한 소성로, 배터리 양극과 음극 생산을 위한 전극공정 장비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1월 LG그룹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생산라인 구축, 장비 등 배터리 분야 공동전선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두 그룹이 함께 ESS 배터리 공장에 투자하고, 생산에 필요한 장비도 공급해 활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LG그룹 산하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얼티엄셀즈, 스텔란티스,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함께 합작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국 오창, 폴란드, 미시간 등 기존 단독 공장들의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투자가 예정돼 있다.
그간 한화는 LG에너지솔루션과 대규모 배터리 장비 공급이 없었으나, 이번 협업으로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LG와의 전방위 협력으로 한화는 기존 배터리 장비 고객사였던 SK온과는 관계가 소원해지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전 이후 가급적 서로 겹치지 않는 협력사를 선정해 활용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SK온이 전극공정 장비에서 한화와 갈등을 겪는 피엔티를 중용하고 있다는 것도 한화가 LG와 협력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한다. 한화와 피엔티는 장비 개발 인력 이동을 두고 갈등을 겪는 중이다. 한화가 피엔티의 인력을 대거 채용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설계 도면 등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면서 피엔티가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의 배터리 협력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화 내부에서도 협력에 대비해 여러가지 기술, 인력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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