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포드의 미국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 장비 수주 결과가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중국 업체인 항커커지(杭可科学)의 선전이 눈길을 끈다. 후공정인 PPC와 포매이션(활성화) 공정을 위한 장비를 모두 독식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긴장 상태에 있는 중국의 기업이 미국 배터리 합작사에 장비를 공급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블루오벌SK에 중국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도 중국 업체를 최대한 배제한 바 있다. 주요 장비는 한국, 독일, 일본 기업이 나눠 맡았다.
항커커지는 지난해 초 있었던 SK온의 헝가리 이반차, 중국 옌청 2공장용 후공정 장비를 모두 따냈다. 두 공장을 합쳐 7억3000만위안(약 1400억원)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다. 두 공장의 생산 능력은 각각 30기가와트시(GWh), 33GWh다.
중국 항커커지가 블루오벌SK로부터 수주 받은 배터리 장비 규모는 1억4600만달러(약 1860억원)로 13일 확인됐다. 블루오벌SK는 미국 켄터키주에 43GWh 규모 공장 2개, 테네시주에 43GWh 규모 공장 1개 등 연간 총 129GWh 규모의 3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장비 발주가 나온 곳은 켄터키와 테네시 공장 1곳씩, 총 2곳으로 추정된다.
항커커지와 경쟁한 국내 기업은 삼성SDI와 주로 거래하는 갑진과 국내 배터리 3사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원익피앤이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막판까지 가격 경쟁을 벌였으나,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SK온이 항커커지 장비를 대거 채용한 건 저렴한 가격에 쓸만한 성능 때문이었다"면서 "블루오벌SK의 경우 미국에 마련되는 배터리 공장이라 대놓고 중국 업체를 쓰기가 쉽지 않았는데, 입찰에 참여시킨 것은 그만큼 SK온이 중국 업체를 쓸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항커커지는 미국에 배터리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국내 산업단지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에서 직접 만든 배터리 장비를 대놓고 미국의 블루오벌SK에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블루오벌SK 수주를 받은 기업은 윤성에프앤씨, 피엔티, 이노메트리, 자비스, 우원기술, 톱텍 등이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