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 AI 산업 발달로 AI반도체·HBM 성장 기대감 ↑
HBM 활용 위해선 첨단 패키징 기술 필수…대만 GUC가 선도
"국내 디자인하우스도 경쟁력 확보하려면 패키징 역량 키워야"
최근 챗GPT를 비롯한 AI 산업의 발달이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및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이에 파운드리와 팹리스, 그리고 두 업체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디자인하우스 업계에서도 칩을 효율적으로 집적하기 위한 최첨단 반도체 패키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현재 HBM과 관련한 패키징 역량을 보유한 디자인하우스는 대만 GUC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GUC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 TSMC의 파트너(VCA)사로, 지난해 하반기 세계 최초로 HBM3(4세대 HBM) 패키징 플랫폼을 시연한 바 있다.
국내 한 디자인하우스업체 대표는 "반도체 설계가 복잡해짐에따라 HBM 등 첨단 패키징과 관련한 역량을 보유하는 것이 디자인하우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내업체들도 이를 인지하고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HBM과 같은 첨단 반도체의 활용처가 확대됨에 따라 국내 디자인하우스도 패키징 역량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메모리반도체다. 기존 D램 대비 대역폭이 넓어 데이터를 매우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HBM은 그간 시장 규모를 크게 키우지 못했다.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 기존에는 HBM을 활용할 만한 고성능 AI반도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D램의 수요 비트그로스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이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HBM에 대한 업계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의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AI 챗봇 '챗GPT'가 출시 두 달만에 월활성사용자 수 1억명을 달성하면서다. 챗GPT의 성공을 지켜 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즉시 관련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대규모 언어모델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고용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데이터센터에는 AI 연산을 위한 GPU나 NPU 등의 로직칩,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가 탑재된다. 엔비디아는 회사의 하이엔드급 GPU 'A100', 'H100'에 HBM을 채택했으며,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도 차세대 NPU에 HBM을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도 챗GPT와 같은 서비스가 HBM의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국내 디자인하우스도 첨단 패키징과 관련한 기술력을 키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HBM이 시스템반도체에 집적되기 위해서는 인터포저 기술이 쓰인다. 인터포저는 2.5D 패키징에서 칩과 PCB 사이에 삽입하는 패키지 기판으로, HBM과 로직칩을 이어붙이는 데 활용된다.
국내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설계에 있어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팹리스도 관련된 개발 역량을 확보한 디자인하우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아직까지 HBM과 같은 기술을 확보한 디자인하우스는 전 세계에서 대만 GUC가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GUC는 SK하이닉스의 HBM3 샘플을 활용해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7.2Gbps HBM3 PHY(물리계층) 및 컨트롤러,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등을 시연했다. CoWoS는 전세계 1위 파운드리 TSMC의 패키징 기술로, 인터포저로 로직칩과 메모리를 집적한다.
국내 디자인하우스업체 대표는 "반도체 설계가 복잡해지면서 단순히 프론트-엔드만이 아니라 후공정의 영역까지 담당하는 '턴키' 솔루션이 디자인하우스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비단 HBM만이 아니라 칩렛, 멀티다이 패키징 등의 활용처가 확대되고 있어 이러한 분야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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