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규제로 SMIC, YMTC, CXMT 장비수급 어려워
한국과 대만 쪽 매출비중 높은 ASML은 피해 미미
미국의 중국 반도체 봉쇄조치 여파로 미국 장비기업들이 실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장비 기업의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30%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장비 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 KLA는 자체회계연도 2분기(2022년 10월~12월) 기준으로 중국 매출 비중이 직전분기 31%에서 23%로 감소했다. 램리서치(30%→24%)와 어플라이드(20%→17%)의 중국 매출도 줄었다.
미국 정부의 중국 장비 수출규제가 매출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디. 최근까지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최대 고객은 파운드리 기업 중신궈지(SMIC), 낸드플래시 기업 양쯔메모리(YMTC), D램 기업 창신메모리(CXMT) 등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었다. KLA, 램리서치 등 일부 장비 기업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할 만큼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CXMT, YMTC 등의 메모리 반도체 중요 고객을 잃은 KLA와 램리서치의 매출 감소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D램 시장의 경우 3개 기업, 낸드 시장의 경우 6개 기업이 과점하고 있어 CXMT, YMTC 등의 중국 기업 외에는 시장 진출에 나설 새로운 플레이어(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중 반도체 전쟁의 큰 피해자 중 하나는 미국 장비 기업들”이라며 “이번 수출 규제로 가장 큰 시장을 잃은 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장비 비중이 높은 램리서치, KLA 등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KLA와 램리서치는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 이후 열린 첫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며 특히 메모리 장비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KLA와 램리서치는 수출 규제로 각각 9억 달러(1조1840억원), 25억 달러(3조2900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기업의 출혈이 큰 만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타격도 상당했다. 첨단 반도체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말 가동 예정이었던 YMTC 2공장 증설이 늦어지고 있으며, 올해 가동할 계획이었던 CXMT의 공장 건설도 늦어져 2024~2025년 완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SMIC도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장비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네덜란드 ASML은 타격을 덜 받고 있다. 지난해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13.7%에 불과하다. ASML은 지난해 65% 이상의 매출을 한국(28.6%)과 대만(38.2%)에서 거뒀다.
전공정 장비 업계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가 국내 장비사들에겐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이 기회에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