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SKB 콘텐츠 전송, SKB 가입자 계약 탓”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가입자 위한 비용, 넷플릭스가 내야”
재판부, “신용카드와 유사…가입자·가맹점 양쪽 비용 부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소송 2심이 본격화했다. 지난 3월29일 서울고등법원은 양사간 소송 심리를 재개했다. 재판부 교체 후 처음 열리는 심리다. 양사의 논거 재확인, 망 이용대가 판단을 위한 검증 수용 여부를 주로 다뤘다.
양사의 대립은 SK브로드밴드가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재정 신청’을 하면서 표면화했다.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협상 및 대가 지급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은 지난 2021년 6월 나왔다. 재판부는 ‘협상 의무 부존재는 각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하며 이를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를 공식 시작했다. 미국 시애틀 인터넷접속포인트(IX 또는 IXP: Internet eXchange Point) SIX를 통해 SK브로드밴드(ISP, 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상호접속(Peering, 피어링)을 개시했다. 2018년 6월 양사는 IX를 SIX에서 일본 도쿄 BBIX로 옮겼다. BBIX를 통하지 않은 피어링도 이뤄졌다. 2020년 1월부터는 홍콩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메가1에서도 피어링을 했다. 도쿄와 홍콩에는 넷플릭스 캐시서버(OCA: Open Connect Appliance)가 있다. 콘텐츠 및 데이터 전송량(트래픽) 분산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현재 SK브로드밴드를 이용 중인 넷플릭스 가입자는 ▲도쿄 넷플릭스 캐시서버(OCA: Open Connect Appliance)→BBIX→일본-한국 해저케이블(SK브로드밴드 임차)→SK브로드밴드 국내망 ▲도쿄 넷플릭스 OCA→일본-한국 해저케이블(SK브로드밴드 임차)→SK브로드밴드 국내망 ▲홍콩 넷플릭스 OCA→홍콩-한국 해저케이블(SK브로드밴드 임차)→SK브로드밴드 국내망 3개 통로로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넷플릭스 트래픽은 ▲2018년 5월 50기가비피에스(Gbps) ▲2020년 3월 400Gbps ▲2020년 6월 600Gbps로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를 근거로 넷플릭스로부터 추징해야 할 망 사용료를 ▲2017년 15억원 ▲2020년 272억원으로 추정했다.
1심 쟁점은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협상할 의무가 있는가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 네트워크를 통한 넷플릭스 가입자 서비스에 대해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야하는가 2개다.
넷플릭스는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넷플릭스 권리 침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ISP와 관계를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양사 소송은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ISP와 CP의 비용 정산 첫 판례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장 등장 자체가 ‘망 사용료 논란에서 패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또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를 전송한 것은 인터넷 이용자와 계약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계약 이행에 따른 비용을 넷플릭스에게 떠넘긴다는 논리다. ‘전송의 무상성’은 인터넷의 기본원칙이라고 했다. ▲OCA 무상 제공 ▲해저케이블 비용 등 각자 부담 및 추가 부담 미징수 합의 등도 망 사용료 미존재 근거로 댔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가입자 서비스를 위해 ISP 네트워크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을 추징해야 한다고 맞섰다. ‘접속’과 ‘전송’은 분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고 했다. 넷플릭스가 일본과 홍콩에서 SK브로드밴드에 접속해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를 전송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송은 무상이라는 인터넷 기본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협상 의무가 없다면 원고가 OCA를 원고 비용으로 피고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제안 등을 할 이유가 없다”라며 “원고와 피고는 여전히 피고의 망에 대한 연결 등에 대한 대가의 범위와 지급 방식 등을 협상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피고를 통해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 망 중립성이나 전송의 유상성 논의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라며 “적어도 유상의 역무에 대한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자신의 사업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상행위고 상대방은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채권 포기는 반드시 명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것만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SK브로드밴드가 장기간 망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았거나 넷플릭스가 국제선 망 비용 일부를 냈다는 사정만으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에 망 사용료를 면제키로 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1심 판결문은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 가입자 ▲넷플릭스 가입자 관계는 신용카드 사업 모델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업체는 신용카드 회원인 소비자에게 연회비를 가맹점으로부터는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가입자에게 하는 콘텐츠 전송과 SK브로드밴드가 SK브로드밴드 가입자에게 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은 같은 SK브로드밴드 네트워크로 이뤄지더라도 별건이라는 의미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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