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장비 및 재료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중견 그룹사 원익이 디스플레이 구동 드라이버IC(DDIC) 전문 팹리스 기업 티엘아이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용한 회장의 원익그룹이 티엘아이를 인수한다면, LG 방계(傍系) 기업 LX세미콘과 동등한 덩치를 가진 이른바 '삼성계 협력 팹리스'로 거듭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원익홀딩스는 최근 티엘아이 경영진 측에 지분 매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양측이 직접 만나 관련 회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익은 지난해부터 직간접적으로 티엘아이 경영권 인수 의지를 보여왔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는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익은 이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DDI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스타트업 팹리스인 디투아이를 인수해 원익디투아이로 재출범시켰다"면서 "티엘아이는 설립 초기부터 DDI 사업을 이어온 기업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졌다고 판단, 경영권 인수 후 디투아이를 흡수합병시키는 식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디투아이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할 요량으로 소형 OLED DDI를 개발 중이다, 티엘아이의 경우 대형 OLED용 구동 반도체 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용 반도체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이유는 매그나칩 매각 우려가 컸다. 삼성은 매그나칩이 중국으로 매각될 경우 기술유출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고, 이 경우 거래를 중단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한 이 경우를 대비해 OLED용 DDI 신규 조달처를 모색해야만 했다. 현재 매그나칩 매각 작업은 중단됐으나, 삼성은 지속적으로 신규 조달처는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익이 이러한 요구를 재빠르게 캐치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만 티엘아이는 현재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어서 다양한 변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지가 매각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익이 접촉하고 있는 곳은 현재 경영권을 보유한 '턴어라운드를 위한 주주연대 조합'이다. 이 조합은 조상준 현 티엘아이 부사장이 운용을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을 포함해 조합이 쥐고 있는 티엘아이 지분은 16.54%다. 현 경영진을 포함, 조합 측은 가격만 맞다면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티엘아이 창업자 김달수 전 대표는 경영권을 상실한 상태지만, 여전히 지분 15.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티엘아이 사측은 지난 3월 16일 김달수 전 대표를 포함한 전 경영진 3인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회사 주식은 거래 정지 상태다. 거래정지 상태인 티엘아이의 주당 가격은 5800원에 멈춰있다. 시총은 573억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티엘아이 1대, 2대 주주 지분율이 비슷한 상황인데다, 2대 주주(김달수 전 대표)와 원익의 이용한 회장이 막역한 사이이기 때문에 경영권 인수에 다수의 변수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디일렉=한주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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