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23억원 기록
1분기 재고자산 17조1820억원, 전분기 대비 9.7% ↑
감산에 따른 재고자산 감소, 가격하락폭 둔화 등 기대
PC 시장 성장둔화 속 DDR5, HBM 등 고부가 수요 증가
1년 가까이 메모리반도체 업황 부진을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업계에선 처음으로 '1분기=바닥' 가능성을 언급했다. 2분기 연속 조(兆) 단위 적자를 낸 상황에서, 2분기 이후 업황 반등을 예고했다. 메모리 3사의 감산에 따른 재고 감소, DDR5와 챗GPT 관련 칩 수요 증가 등 호재 덕분에 '업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나 시장조사업체가 아닌 메모리반도체 3사 중 한 곳이 바닥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여전히 메모리 시장 환경은 어렵지만 이제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황기의 골이 깊었던 만큼 호황기의 개선 폭은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메모리 업계에서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표현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증권가나 시장조사업체들에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시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정도의 언급만 있었을 뿐, '1분기=바닥'에 대한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이크론도 지난달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업황 전망과 관련, "점진적으로 개선이 되겠지만, 올해 내내 영업이익률과 현금 흐름이 상당한 수준의 마이너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D램 비트그로스의 경우 이례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는 말까지 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바닥' 언급이 주목되는 건 이같은 극심한 업황 악화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다. 당장 이날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만 보면 긍정적인 대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1분기 적자는 3조4023억원으로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분기 단위로는 사상 최대 손실을 냈다. 지난해 4분기 적자(1조8984억원)를 포함하면 두 분기 동안 손실규모가 5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날 컨콜에서 '반등의 포인트'를 여럿 제시했다.
첫째, 재고다. 1분기 재고자산 규모는 17조1820억원으로 전분기 15조6650억원 대비 9.7% 증가했다. 회사 측은 증가한 재고자산에 대응하기 위해 “재고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탄력적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해서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분기부터는 주요 업체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업계 전반의 재고수준이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반기에 재고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도 했다.
둘째, 가격 측면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D램 ASP(평균판매가) 하락률이 10% 후반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하락폭이 크지만, 전분기(2022년 4분기) 대비로는 크게 둔화됐다. 낸드플래시 ASP는 1분기에 10%가량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재고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2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더해지면서 가격탄력성에 따라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에도 가격이 급상승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가격 하락세는 상당부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제품별 수요 전망은 온도차가 있다고 봤다. 데스크톱PC 출하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성장을 전망했다. 하지만 PC출하량 감소분을 노트북, 태블릿 등이 상쇄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늘 것으로 점쳤다. 모바일 분야도 유의미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플래그십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고 밝혔다. 서버 쪽과 챗GPT 등과 관련한 DDR5 전환 수요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올해 D램 수요 성장률을 한자릿수 중후반대, 낸드 수요 성장률을 10% 중후반대로 예상했다.
셋째, 비트그로스 회복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비트그로스에 대해 "D램과 낸드 모두 1분기 감소분을 초과하는 두자릿수의 출하량 증가를 예상한다"고 했다. 그 근거로 고객사들의 구매 패턴 변화를 꼽았다. △ 일부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하반기를 대비해 2분기에 칩 구매를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수요가 있고, △메모리 현물가가 바닥을 찍고 오를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전자·IT기기 수요 부진으로 비트그로스가 여전히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D램은 연간 기준으로 한자릿수 중후반대, 낸드는 10% 중후반대 성장을 전망했다.
이같은 상황인식에 맞춰, SK하이닉스는 2분기 이후 투자감축 기조 속에서도 10나노급 5세대(1b) D램, 238단 낸드 등 최신 메모리 제품에 대해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김우현 부사장(CFO)은 “DDR5/LPDDR5, HBM3 등 올해부터 수요 성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제품 라인업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 업계에서도 SK하이닉스 실적이 저점을 지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수요 부진을 예상하고 있으나 가격 하락폭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낸드 비용 관련 리스크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3년 2분기부터는 감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비수기를 지나면서 출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컨콜에서는 미·중 분쟁 관련 SK하이닉스의 공장 운영정책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장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시장 수요, 팹 운영에 대한 효율성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 향후 중국 내 공장 운영 계획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특별하게 중국 공장 운영에 대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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