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6일 WWDC 2023에서 '비전프로' 첫 공개
"공간컴퓨팅·AR플랫폼·특허 5000건 출원" 부각
외장 배터리로 최대 2시간 사용...무게는 비공개
M2와 '센서 처리 전용' R1 듀얼 칩 디자인 적용
제품가격 460만원부터...내년 초 미국 먼저 출시
애플이 첫번째 혼합현실(MR) 기기 '비전프로'(VisionPro)를 공개했다. 비전프로는 실내에서 PC·TV 등의 확장된 멀티 태스킹·스크린 경험을 4K 해상도로 지원하는 제품이다. 외장 배터리를 사용하면 최대 2시간 사용할 수 있고, 무게는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다. 가격은 460만원부터다. 내년 초 미국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은 5일(현지시간) WWDC 2023에서 공개한 비전프로가 사용자에게 새로운 공간 컴퓨팅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전프로를 착용하면 컴퓨팅 환경을 지원하는 가상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사용자 눈앞 PC에 겹쳐 띄워 놓고 사용하던 창을, 비전프로에서는 사용자 좌우 공간에 크기를 조절해서 옮겨놓고 동시 사용하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해진다.
애플은 과거 맥(PC)이 개인용 컴퓨팅, 아이폰(스마트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비전프로는 사용자 눈과 손, 목소리로 제어한다. 제품 내외부 카메라와 센서가 눈동자와 손 움직임을 추적하고, 마이크와 시리를 통해 목소리로 명령할 수 있다. 과거 맥은 마우스, 아이팟(휴대용 재생기기)은 클릭 휠, 아이폰은 멀티 터치 등을 활용했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사용하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디지털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디지털 콘텐츠에 질감을 추가했고, 앱 아래로 그림자가 따라다녀 공간 크기감과 거리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확장된 TV나 영화 감상을 위해 비전프로를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스크린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고, 디지털 크라운을 통해 몰입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애플은 공간 음향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를 둘러싼 환경에서 음향이 들리는 듯한 느낌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비전프로 디스플레이에는 4K 해상도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를 적용했다. 애플은 사용자 눈 한쪽당 4K TV를 하나씩 놓는 것만큼 픽셀이 많다고 밝혔다. 애플은 "2개의 올레도스 패널에는 모두 2300만개(합계 기준)의 픽셀이 들어간다"며 "아이폰에서 픽셀 1개가 들어갈 공간에 비전프로에서는 픽셀이 64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제품 외부에는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탑재한 아이사이트(EyeSight) 기능을 적용해 외부에서도 비전프로 사용자 눈을 볼 수 있다. 사용자 몰입도 정도에 따라 외부에서 보이는 아이사이트 상태가 변한다. 사용자가 콘텐츠에 몰입한 상태에서 주변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면 사용자는 바라보는 화면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비전프로에는 카메라 12개와, 센서 5개가 탑재된다. 제품 외부의 메인 카메라와 다운워드 카메라, 사이드 카메라, 그리고 적외선(IR) 일루미네이터 등을 통해 영상을 디스플레이로 보내고, 머리와 손 움직임을 추적한다.
마찬가지로 제품 외부에 있는 라이다 센서와 트루뎁스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3D 매핑을 지원한다. 제품 내부 고속 IR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 눈동자를 추적하고, 고리 모양으로 이어진 발광다이오드(LED)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빛 패턴을 눈으로 보내 직관적 반응을 입력받는다.
비전프로는 외장 배터리를 적용하면 최대 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외장 배터리는 케이블로 연결한다. 전원을 연결한 상태에서는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비전프로에 실시간 센서 처리용 R1 칩을 처음 탑재했다. 맥에 적용 중인 M2와 R1이 듀얼 칩으로 비전프로에 적용된다. 애플은 "M2로 비전프로 성능을 구현하고, R1을 통해 모든 경험이 사용자 눈앞에 펼쳐지듯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R1이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 정보를 처리한다.
애플은 "다른 헤드셋 시스템은 센서와 디스플레이 간 지연 속도 때문에 멀미가 발생할 수 있지만, R1은 이런 지연을 거의 없애고 12밀리초(ms)마다 새로운 이미지를 갱신한다"며 "이는 눈을 깜빡이는 것보다 8배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비전프로에는 공간 운영체제 비전OS(visionOS)가 적용됐다. 사용자 인증 과정에서는 홍채를 인식하는 옵틱ID를 사용한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개발하기 위해 특허 5000건을 출원(신청)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두고 증강현실(AR)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AR 플랫폼은 애플의 장기 지향점이고, 당장 비전프로는 가상현실(VR) 기기에 가깝다. AR은 실재세계 위에 가상 이미지를 덧입혀 사용자에게 제공하지만, VR은 실재세계와 무관한 가상세계 콘텐츠와 이미지를 주로 제공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AR 기기는 외부가 보이는 글래스 형태로 제작되고, VR 기기는 외부가 차단되는 폐쇄형 기기로 제작된다. 다만 VR 기기에 카메라 등을 사용해 외부환경 인식 기능을 제공하면 MR 기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애플 비전프로는 이를 외부 곡면 OLED와 카메라를 통해 구현했다. 다양한 확장현실(XR) 기기의 사용자환경에 대한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애플의 강력한 생태계, 소비자 충성도, 디즈니와의 협업 등이 애플 비전프로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전프로 기본가격은 3499달러(약 460만원)다. 내년 초 미국부터 출시한다. 제품 출시 예상시점은 계속 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