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재원 마련방법, MR 시장 개화 시기 등이 변수
LGD의 올레도스 투자규모 1000억~2000억원 추정
MR 시장을 겨냥한 LG디스플레이의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 투자시점이 밀리고 있다. 당초 업계에선 이르면 올 3분기 LG디스플레이가 올레도스 관련 장비 발주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미 4분기도 중반에 접어들었다. 1000억~2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재원 조달방안과, 시장 개화 시점 등이 LG디스플레이가 최종 결정을 미루는 원인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레도스 투자는 빨라야 다음달은 돼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이르면 3분기에 증착기를 협력사에 발주하는 등 올레도스 관련 투자를 집행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4분기도 중반에 접어든 현재까지 LG디스플레이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기판 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증착하는 기술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기기용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일찍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올레도스 기술을 개발해왔고, 애플도 LG디스플레이 등에 화소밀도 3500PPI(Pixels Per Inch) 수준 올레도스 개발을 요청하는 등 LG디스플레이에서 올레도스 논의는 상대적으로 활발했다. 이르면 3분기에 장비 발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 것도 이러한 환경과 무관치 않다.
LG디스플레이가 올레도스 투자를 미루는 것에는 투자재원 확보 방안과 MR 기기 시장 개화 시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의 올레도스 투자 규모를 약 1000억~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OLED 증착과 컬러필터(CF) 형성, OLED를 수분·산소에서 보호하는 박막봉지(TFE) 형성 등에 필요한 장비 투자를 모두 더한 수치다. 올레도스용 실리콘 기판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SK하이닉스에서 구입할 것으로 예상돼 당장 LG디스플레이의 올레도스 투자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 1만5000(15K)장 규모 6세대 중소형 OLED 라인 하나 건설에 필요한 투자규모 2조~3조원에 비하면 1000억~2000억원은 10분의 1 수준이다. 투자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현재 LG디스플레이와 지주사 사이에는 투자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올레도스 분야 잠재 고객사의 제품 출시 시기 등 시장 개화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올레도스 잠재 고객사에는 애플 외에 메타(옛 페이스북) 등 다른 업체도 포함된다. LG디스플레이의 올레도스 주요 고객사가 될 가능성이 큰 애플의 첫번째 MR 제품 출시 예상시점도 밀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애플의 첫번째 MR 제품이 내년 초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재는 내년 중반으로 밀린 상태다. 업계에선 여기서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조원을 웃돈 점도 LG디스플레이의 투자 결정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투자재원 조달방안을 결정하고, 인사가 마무리되는 12월은 돼야 올레도스 투자시점이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뒤늦게 올레도스 기술 개발에 나선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올레도스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레도스 시장을 주도해온 일본 소니와 LG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올레도스는 화이트(W)-OLED 위에 컬러필터를 올리는 'WOLED+CF' 방식을 사용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당장은 'WOLED+CF'를 개발하겠지만,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 적(R)녹(G)청(B) 올레도스를 가장 먼저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WOLED+CF 올레도스는 WO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하고, RGB 컬러필터로 색을 구현한다. RGB 서브픽셀을 직접 증착하는 RGB 올레도스는 컬러필터 없이 OLED에서 빛과 색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