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주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을 개정한다. 지원금 규모를 늘린다. 알뜰폰(MVNO, 이동전화 재판매)에 힘을 싣는다. 도매대가 제공 의무를 강화한다. KT 대표이사 선임 지연 등 정부와 여당의 의중이 통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했다.
지난 4일 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했다. 통신 정책은 ‘통신비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췄다. 과기정통부가 선보일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 역시 이를 기반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중 통신 관련 내용은 ▲단말기 유통법 개정 ▲도매제공 의무제 개선 ▲알뜰폰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 요금제 출시 ▲통신 서비스·요금에 대한 통신사 정보제공 활성화 등이다.
눈길을 끄는 정책은 2개다.
우선 단말기 유통법 개정이다. 공시지원금의 15% 이내인 추가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30% 이내로 조정한다. 공시지원금은 통신사가 추가지원금은 유통사가 책정한다. 유통사 경쟁 폭이 넓어진다.
스마트폰 A를 이용해 통신사 B 요금제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정한 공시지원금이 50만원이면 지금은 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유통사는 추가지원금까지 포함 최대 57만5000원을 지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법이 바뀌면 유통망이 운용할 수 있는 돈은 최대 65만원까지 올라간다.
공시지원금이 아닌 추가지원금을 건드린 이유는 통신사와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유통법은 지원금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을 제공토록 했다. 선택약정할인 요율은 공시지원금을 바탕으로 정한다. 공시지원금 상한 규정은 일몰한 상태다. 이를 되살려 인상할 경우 선택약정할인 효율도 올라간다. 통신사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지원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각각 배포한다. 추가지원금 재원도 마찬가지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체제로 재편했다. 제조사 지원금이 나올 수 있는 곳이 축소했다. 줄어든 재원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가 편해졌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 개선은 대항마를 키우기 위해서다. 알뜰폰은 네트워크 투자를 하지 않는 대신 통신 요금을 싸게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다. 네트워크는 이동통신사(MNO)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빌려준다. 현재 알뜰폰과 통신 3사의 관계는 사업적 관계다.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의무 기간통신사업자(SK텔레콤)에게 정부가 요청을 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망을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작년 9월 일몰했다.
정부는 이를 되살리려고 하고 있다. 의무를 부과하면 알뜰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통신사는 불만이다. 알뜰폰에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기업이 진출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에게까지 의무적으로 망을 내주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는 제 살을 깎아 경쟁사를 키우는 셈이다.
한편 이로써 제4 이동통신사 출현 확률은 희박해졌다. 정부 정책에 따라 통신사 수익성이 좌우하는 상황이 심화했다. 통신 사업을 하려면 제4 이동통신사보다 알뜰폰이 효율적이다.
통신 장비 등 산업 생태계는 부정적이다. 통신사 실적 악화는 투자 동력 약화로 이어진다. 통신 장비 업계 실적은 통신사 투자 의존도가 높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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