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페낭이 차세대 반도체 생산 기지로 부상 중이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해외 기업 유치 노력과 반도체 기업의 탈중국 현상 덕분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기준 세계 6위 반도체 수출국이다.
말레이시아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반도체 기업은 인텔이다. 인텔은 1972년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에 후공정 공장을 설립했다. 초기 전체 직원 100명 규모였던 이 공장은 현재 1만5000명 규모로 확대됐다. 이 공장은 현재 사파이어래피즈, 메테오레이크등 인텔의 최신 CPU를 패키징 및 테스트한다.
AMD도 1972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공장들은 중국 후공정 기업 통푸와의 합작사인TF-AMD가 운영을 맡고 있다. TF-AMD는 AMD 제품 패키징 외에도 SMIC, 룽신 등 중국 반도체 기업에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텔과 AMD는 페어차일드반도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모토로라 등 8개 기업과 함께 말레이시아 실리콘밸리 산업화를 이끈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현지에서는 이들 기업을 '8인의 사무라이'라고도 부른다.
8개 기업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후공정 기지가 됐다. 현재 브로드컴, 르네사스 웨스턴디지털, 인피니언 등도 반도체 공장을 이곳에서 가동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이 커지면서 장비, 부품사의 말레이시아 진출도 늘었다. 램리서치, 키사이트, 오스트리아 기판기업 AT&S, 심텍 등도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말레이시아 진출이 증가한 이유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지원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투자 규모별로 소득세나 자본 지출에 대한 세금 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육열과 낮은 인건비 등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됐다.
AK Chong 인텔 제조·공급망 운영부문 부사장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해외 기업 지원을 위해 이 지역을 자유무역지역으로 설정했다"며 "(반도체) 장비 반입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의 탈(脫)중국화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중 반도체 분쟁이 격화되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제조 기지를 동남아로 이동시키는 추세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