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지원 국유기업
CATL 이어서 두 번째 사례
중국 배터리 기업 중항에너지(中航锂电:CALB)가 한국에 진출한다. 서울과 수도권 인근에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중국 배터리 기업이 국내에 정식으로 지사를 설립하는 일은 CATL에 이어 두 번째다.
CALB는 지난 2015년 중국의 항공방산기업 중국항공공업집단(AVIC)과 장쑤성 창저우시가 합작해 설립한 기업이다. 2022년 10월 홍콩거래소에 상장하며 홍콩증시 최초의 배터리 상장사로 기록됐다. 중국 배터리 시장에서 CATL, BYD, 궈쉬안, 선오다, S볼트, EVE에너지 등과 함께 확고한 톱10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삼성SDI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6위를 기록했다.
CALB의 한국 지사 설립은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완성차 기업이 CALB 배터리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CATL이 그랬던 것처럼 대량으로 배터리 공급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CATL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성공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하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이어 확실한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니로EV, 코나EV, 레이EV 등에 CATL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적용되어 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KG모빌리티는 토레스EVX에 BYD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다. CALB까지 국내 완성차 기업 공략에 성공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CALB의 한국 진출 배경은 중국 정부의 배터리 산업 재편과 맞물려 있다. 과거 2010년대 우후죽순 난립한 중국 배터리 기업은 대부분 정리된 상태다. CATL과 BYD의 양강 구도를 제외하고 궈쉬안, 선오다, S볼트, EVE에너지, 파라시스, REPT, 완샹A123 등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일부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진 상태다.
해외 진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CATL이 한국을 발판으로 헝가리 등에 거점을 마렸했던 것처럼 CALB도 같은 선택을 했다고 봐야 한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CALB의 급성장에 특허 소송으로 대응하던 CATL과의 집안싸움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CALB는 2018년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고 수년 만에 CATL, BYD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서며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류징위 CALB 최고경영자(CEO)가 공산당 주요 직책으로 옮기지 않고 회사에 남았고, 정부 차원에서 CATL과 투톱 체제를 꾸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CALB가 지사 설립 이후 공격적인 인재 영입과 영업 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삼원계 배터리도 얼마든지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일렉=이수환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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