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글래스 코어 기판 시장 진출계획 발표
LG이노텍, 개발 검토...AT&S, 스퍼터링 장비 구입
"글래스 코어 기판 두께 0.5T 목표 개발 중" 관측
세계 반도체 기판 1위 일본 이비덴이 반도체 패키지용 글래스 코어 기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글래스 코어 기판 양산에 들어간 업체는 없지만, 인텔 주도로 글래스 코어 기판에 대한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이비덴이 반도체 패키지용 글래스 코어 기판 기술 탐색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하순 이비덴은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상반기 실적자료를 통해 글래스 코어 기판을 차세대 성장 연구개발(R&D) 활동에 포함시켰다.
글래스 코어 기판은 기판 뼈대인 코어를 플라스틱(레진)에서 유리 재질로 바꾼 제품이다. 글래스 코어 기판은 온도에 따른 변형과 신호 특성이 우수해 미세화·대면적화에 유리하다. 글래스 코어 기판 영률(Young's Modulus, 탄성계수)은 기존 유기재료 소재 영률(20 내외)의 4배 수준인 70~80이어서 잘 휘지 않는다. 글래스 코어 기판은 표면이 매끄러워 미세회로를 형성하기 좋고, 신호손실이 적다. 글래스 코어 기판은 서버 CPU용, 인공지능(AI) 가속기 등 고성능 반도체가 탑재되는 하이엔드 제품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서버용 기판이 향후 100x100mm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존 레진 기판 방식은 70x70mm가 한계"라며 "100x100mm 크기 서버용 기판에 대응하려면 글래스 코어 기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래스 코어 기판은 600x600mm 크기 유리원판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래스 코어 기판 두께 목표는 0.5T(mm) 내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비덴이 글래스 코어 기판 기술 탐색 단계에 있다는 점은, 글래스 코어 기판에 대한 전통 반도체 기판 업계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초 이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했고, LG이노텍도 관련 기술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업계에서는 "전통 반도체 기판 업체들이 글래스 코어 기판 시장에 뛰어들면 본격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글래스 코어 기판이 코어가 레진에서 글래스로 바뀌지만,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과 절연층을 채우는 일련의 공정은 기존 방식과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비덴이 지난해 10월 실적자료에서 소개한 글래스 코어 기판 관련 그림은, 또다른 반도체 기판 업체인 일본 신코덴키의 공법과 같다. 글래스 코어 기판에 먼저 관심을 보인 SKC 자회사 앱솔릭스, 그리고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 등은 전통 반도체 기판 업체가 아니다.
글래스 코어 기판에 관심을 보이는 전통 반도체 기판 업체는 또 있다. 대만 유니마이크론은 미국 조지아텍 패키징 리서치 센터(GT PRC)에서 글래스 코어 기판 기술을 확보했다. 오스트리아 AT&S는 최근 스퍼터링 장비를 구매했다. 스퍼터링 장비는 글래스 코어 기판의 표면도금과 홀 도금에 사용된다.
일본 미쓰이(Mitsui)는 이미 회로 선폭과 간격(L/S) 2/2마이크로미터(μm) 이하 설계에 사용할 수 있는 글래스 캐리어 '고해상도 결합해제형 패널'(HRDP)을 판매 중이다. 해당 글래스 캐리어는 스퍼터링 장비를 구매하기 어려운 업체들이 글래스 코어 기판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미쓰이가 해당 캐리어를 개발한 지는 여러 해가 됐지만 최근 글래스 코어 기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쓰이가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2μm 미만 미세회로 형성에서는 레진 기판보다 글래스 기판이 우위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있다"면서도 "레진 기판도 어느 정도까지 성능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칩 공정 미세화로 반도체 기판 미세회로 요구조건이 1μm 수준까지 떨어지면 글래스 기판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통 반도체 기판 업체까지 글래스 코어 기판에 관심을 보이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글래스 코어 기판이 얇고 미세회로 형성에서 강점이 있지만 제어가 어려워 생산수율이 낮고, 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래스 코어 기판에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과 절연층을 채우는 과정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글래스 코어 기판이 견뎌야 한다"며 "이에 따른 생산수율과 비용 등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텔의 글래스 코어 기판 개발 주도로, 반도체 기판 업체들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반도체 기판 업체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은 지난해 9월 2030년 이내에 글래스 코어 기판을 적용한 반도체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3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해 글래스 기판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초 CES에서 "올해 글래스 기판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2025년 시제품 생산, 2026년 이후 양산이 목표"라고 밝혔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지난달 《디일렉》 주최 컨퍼런스에서 "앞으로 글래스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메인 재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희(LG이노텍)도 글래스 기판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앱솔릭스와 DNP, 유니마이크론 등이 사용하는 글래스 코어 기판 기술은 미국 조지아텍 패키징 리서치 센터(GT PRC)에서 비롯됐다. GT PRC는 지난 2009년부터 글래스 기판 콘셉트를 개발했다.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 코빙턴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고객사 인증 시점에 따라 양산 시기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DNP는 글래스 코어 기판 양산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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