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투자 계획대로, LG엔솔 축소, SK온 속도 조정
하반기 고객사 신차 출시 효과로 실적 증가 전망
지난 30일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발표가 모두 끝났다. 지난해에 비해 둔화된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삼성SDI, SK온은 실적 하락을 면치 못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 3사는 공통적으로 2분기와 하반기 고객사들의 신차 출시에 따라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으나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LG엔솔과 SK온은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의 캐즘 영향에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하락했다. LG엔솔은 3사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75% 하락했다. SK온은 전년동기 대비 적자 폭은 줄어들었으나 매출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삼성SDI는 3사 중 가장 적은 폭으로 실적이 하락하는 등 악화된 업황에도 나름 ‘선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전기차 캐즘에 3사 실적 하락
기업별로 살펴보면 LG엔솔은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30%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75% 줄어들었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인 각각 23%, 53% 하락했다. 더군다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세액공제혜택(AMPC)을 제외한다면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 됐다. 1분기 반영된 AMPC 금액은 1889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영업손익은 -326억원이다.
삼성SDI는 3사 중 실적 하락 폭이 가장 작았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4% 감소한 5조1309억원을 실현했다. 영업이익은 AMPC가 처음으로 반영된 26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25% 줄어든 수치다.
SK온은 1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영업손익은 -3315억원으로 적자 폭은 전년동기보다는 소폭 개선됐으나 전분기보다는 확대됐다. 매출도 전년동기 대비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은 3조3053억원이었으나 올 1분기 매출은 1조6836억원을 기록했다. 흑자전환 시기는 하반기로 예상된다.
◆ 엇갈리는 투자 전략
캐즘에 대응하는 3사의 투자 전략은 각기각색이다. 삼성SDI는 연초 예고했던 대로 전년대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만 LG엔솔은 투자 규모 축소 의사를 밝혔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시설투자비용은 6조원 규모다. 지난해 4조2447억원보다 35% 증가한 금액이다. 주요 투자처는 헝가리와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 미국 스텔란티스와 JV 신규 공장 건설 등이다.
LG엔솔은 연초 계획을 수정한다. 생각보다 심한 캐즘 여파에 연초 11조원의 투자 계획은 축소된다. 이창실 CF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최근 시장과 고객 상황의 변화를 볼 때 현시점에서 당분간 수요 개선에 대한 가시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투자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보고 투자 규모 및 집행의 속도를 조정함으로써 시설투자비용 집행 규모를 다소 낮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SK온은 투자비용은 유지하되 속도는 조정하겠다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배터리 사업에 약 7.5조원의 시설투자비용 집행 계획을 밝혔다. 주로 포드, 현대차와의 합작법인 건설에 사용된다.
투자비용은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 프로젝트는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차 프로젝트는 현대차의 대여금 지원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ATVM은 미국 에너지부에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제조 사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블루오벌SK는 ATVM을 통해 최대 92억달러(한화 약 11조8000억원)를 잠정 조달한다.
◆ ‘희망’은 하반기부터
2분기는 1분기와 유사하거나 나아질 전망이며 본격적인 실적개선은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3사는 공통적으로 하반기 실적개선의 이유로 ‘고객사의 신차 출시’를 꼽았다. 2분기까지는 메탈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비 래깅 영향이 남아있으며 전기차 시장의 수요 회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북미향 제품 판매가 AMPC로 이어져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1분기 AMPC 수익이 385억원이나 2분기부터 늘어날 전망이다. SK온 관계자는 “2분기부터 고객사의 재고 고정이 끝나 미국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 버전, 포드 트랜짓 커스텀, 아우디 Q6 이트론 등이 출시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부터 다수의 완성차 기업들과의 JV 공장이 운영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대차와의 JV가 연간 10기가와트시 규모의 셀 양산을 시작했다. 북미에서는 제너럴모티스(GM) JV 2기의 램프업을 준비 중이다. 하반기에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스텔란티스 JV에서 배터리 모듈을 생산할 계획으로 이에 따른 AMPC 수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유럽에서 고정비 부담 문제가 남아있다. 유럽 지역에서 전기차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공장 운영을 위한 고정비 부담이 지속 발생하고 있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SDI는 북미에서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인 상태로 AMPC 수익 비중이 다소 낮다. 1분기 제품 판매를 통해 467억원의 AMPC를 반영했으며 앞으로도 매 분기 AMPC 금액을 인식한다. 올해 보다는 내년부터 AMPC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북미에서 신규 P6 제품 확판을 추진하며 ESS 전력용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북미에서 스텔란티스, GM 등과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가운데 스텔란티스와의 JV인 스타플러스에너지는 내년 가동될 예정이다.
디일렉=이민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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