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실리콘(Si) 커패시터 파운드리 신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말 제품 양산을 위해 고객사와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리콘 커패시터 양산이 본격화되면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이 올해 말 실리콘 커패시터 양산을 계획 중이다. 고객사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내 팹리스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기업 등에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공급 관련해) 고객과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기존 MLCC와 달리, 반도체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전류 변화에도 안정적인 전압 유지할 수 있고, 고주파 노이즈 제거에 유리한 게 강점이다. 인공지능(AI) 가속기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고성능 반도체에 탑재되고 있다. 무라타, 비쉐이, 스카이웍스 등 해외 기업이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실리콘 커패시터를 제작하는 방식은 반도체와 유사하다. 설계 → 웨이퍼 제작 → 패키지 후공정 →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무라타 등 기업은 실리콘 커패시터 양산을 위해 자체 8인치 팹을 보유 중이다.
DB하이텍은 기존 8인치 라인을 활용해 실리콘 커패시터 파운드리 사업을 펼친다. DB하이텍은 지난 14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실리콘 커패시터 파운드리 사업 매출이 2025년 100만달러(13억원) 규모에서, 2030년 1억4000만달러(1866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이 실리콘 커패시터 사업에 진출한 이유 중 하나는 기존 8인치 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본격적인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2023년 초기 양산 투자(200억원) 외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실리콘 커패시터 양산으로 DB하이텍 가동률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DB하이텍은 지난 1일 '2024년 2분기 실적설명회' 자료를 통해 주력제품 응용분야 확대, 고전압 라인업 확대, 신규공정(실리콘 커패시터, 질화갈륨) 확대 등 영향으로 2024년 하반기 가동률이 80%, 2025년 하반기 가동률이 95%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DB하이텍의 지난 상반기 파운드리 평균 가동률은 74.77%(부천캠퍼스 80.72%, 상우캠퍼스 67.23%)다.
MLCC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삼성전기도 실리콘 커패시터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실리콘 커패시터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 8인치 파운드리 라인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7월 공개한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현재 S25용 엑시노스 AP에 적용할 제품(실리콘 커패시터)을 2024년 9월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