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물 배터리의 안전성에만 주목했지만, 제조 비용, 효율, 성능, 사이클 수명, 유지관리 비용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렇게 따지니까 물 배터리가 경쟁력이 높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며 저렴한 배터리를 만드는 스타트업 ‘코스모스랩’ 이주혁 대표의 말이다.
2021년 설립된 코스모스랩의 주요 사업은 ‘친환경 물 배터리’를 제조, 판매하는 것이다. 올해 11월 말 파일럿 라인이 준공되면 사업화에 첫발을 뗀다.
코스모스랩이 개발한 ‘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는 불연성 소재로 이루어져 100% 화재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대표는 “리튬 대신 아연과 브롬을 사용하고, 전해액으로 물을 사용하여 폭발성과 발화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아연-브롬 물 배터리의 또 다른 장점으로 친환경성을 꼽는다. ‘친환경’의 비결은 바로 저탄소 제조 공정이다. 이 대표는 “코스모스랩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몇 가지 핵심 공정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배터리를 만들어 탄소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드라이룸을 없앴고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건식 전극 제조 방식을 개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수분에 취약해 물이 들어가면 품질이 떨어지고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지만, 물 배터리는 수분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코스모스랩은 세계 최초로 세 자릿수 에너지 밀도를 돌파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코스모스랩의 물 배터리는 중량당 100Wh/kg, 부피당 250Wh/l 이상으로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며, “현재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LFP 배터리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코스모스랩은 현재 11월 말 완공 목표로 시흥에 파일럿 양산 라인을 구축 중이다. 연간 10메가와트급의 생산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해외 고객과 납품 계약도 완료했다. 향후 기술 개발과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기가와트급 생산을 위한 대규모 증설을 계획 중이다. 이와 함께 2017년을 목표로 IPO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코스모스랩 이주혁 대표이사님 모셨습니다. 코스모스랩은 불 안 나는 물 배터리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합니다. 어떤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까?
“코스모스랩은 2021년에 창업한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이고요, 대표님이 소개해 주신 것처럼 불이 안 나는 배터리인데 들어가는 전해액이 물이고 또 리튬을 쓰지 않고 아연과 브롬을 씁니다. 그래서 쉽게 말해서 불이 안 나는 물 배터리 셀 제조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 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사용되는 소재 자체가 불이 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전극에 쓰이는 리튬이라는 알칼리 금속은 매우 폭발성이 강한 물질입니다. 두 번째로는 전해액이 유기 전해액인데, 이 물질에는 발화점이 있어요. 그래서 배터리 셀에 열이 응축되면, 이러한 소재들이 폭발하거나 화재를 일으키게 됩니다. 불이 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것이죠.”
- 리튬 대신 아연과 브롬을 사용하고 유기 전해액 대신 물을 쓴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작동을 하나 보죠?
“많은 분이 타시는 내연기관차에는 시동을 거는 배터리가 있는데 납축전지라고 하죠. 모두 물이 들어갑니다. 산성이긴 하지만 물이에요.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미 물 배터리를 쓰고 계시는 거죠.”
- 이미 쓰고 있군요. 아연과 브롬을 사용하고 물 전액을 기반으로 한 물 배터리는 상용화되어 있습니까?
“네, 상용화돼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영국과 미국에서는 상용화가 돼 있고요. 국내에서는 몇몇 대기업이 상용화하려고 시도했지만, 지금은 중단했어요. 국내에서는 코스모스랩밖에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많이들 시도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물 배터리를 쓰지 왜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죠?
“그런 질문을 많이 주십니다. 사실 국내 대기업들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하는 데에는 그만한 역사가 있습니다. 코스모스랩처럼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기술들이 많이 있었지만, 각 업체가 선택한 기술이 다를 뿐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도 처음에는 완성된 기술이 아니었어요. 처음에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하다 보니 리튬이온 배터리가 선택되었고, 이후 30년 동안 상용화 시도가 이루어져서 이제 우리가 쓸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지금 와서 왜 아연-브롬 배터리를 안 쓰냐고 하시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모든 기술이 처음에는 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기존의 업체들도 불완전한 기술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이미 많은 자본을 투자해서 성숙기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패러다임 시프트를 일으켜서 아연-브롬을 쓰자는 것은 기존 업체들에는 큰 리스크죠.”
- 그러면 아연, 브롬과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한 배터리는 불이 안 납니까?
“100% 불이 안 나는 것이 장점입니다.”
- 재료가 바뀌어서 그런 겁니까?
“그렇죠. 기본적으로 불연성 소재로밖에 이루어지지 않아요. 물이 전해액이고 전극에는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을 빼고 아연과 브롬이라고 하는 걸 넣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셀을 뜯어보면 불이 날 수 있는 소재가 없어요.”
- 코스모스랩의 물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불이 나지 않는다는 것 이외에 어떤 장점이 있고, 또 약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 부분이 저희 기술의 시작점인 것 같아요. 불이 나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기본적인 사실이면서 특징이 되었고, 그다음 단계로 코스모스랩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해결하거나 뛰어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첫 번째는 내온도성입니다. 배터리가 저온이나 고온 환경에서 성능이 떨어지거나 변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내온도성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물 배터리로 내온도성을 갖게 해서 추운 겨울에도 배터리가 얼지 않게 하거나, 얼어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친환경성입니다. 배터리 제조 시 탄소 배출이 많이 발생하는데, 저희는 이러한 공정을 최대한 줄여 저탄소 방식으로 배터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 배터리의 단점은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인데요, 리튬이온 배터리 하나를 쓸 때 물 배터리는 두세 개를 써야 하는 것이 문제였어요. 그래서 저희는 리튬이온 배터리 한 개 쓸 때, 물 배터리도 한 개 쓸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R&D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 물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이유는 뭡니까? 반대로 말하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이유가 되겠죠.
“쉽게 말해서 리튬이라고 하는 원자가 아주 작아요. 그만큼 배터리라는 작은 공간에 많은 리튬 원자를 넣을 수 있죠. 이 과정을 인터칼레이션(Intercalation)이라고 하는데, 배터리 전극에 리튬 이온을 많이 삽입할 수 있게 만들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집니다.
하지만 저희가 사용하는 아연이나 브롬은 기본적으로 원자 크기가 크기 때문에, 리튬처럼 작은 공간에 많은 이온을 넣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코스모스랩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R&D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인터칼레이션(Intercalation) : 화학적 과정에서 특정 물질이 층상 구조를 가진 다른 물질 사이에 끼워 넣어지는 현상. 배터리에서는 리튬 이온이 전극 재료의 층 사이로 삽입되거나 저장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 아연이나 브롬의 원자 크기가 크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어떻게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슷하게 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까?
“사실 이 부분은 설명하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배터리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요. 배터리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핵심 소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극에도 음극과 양극이 있고 분리막, 전해액 등이 있으며, 또 이것들을 스태킹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몇 가지 해결 방법을 꼽자면, 우선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음극에 아연이라는 금속 포일을 두껍게 넣어요. 그런데 실제로 배터리를 사용할 때는 그중 20%에서 30% 정도만 활용되고, 나머지 80% 정도는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양극에서는 단순히 배터리 반응만을 사용하죠. 그런데 저희 코스모스랩은 커패시터 방식도 함께 구현할 수 있도록 활성탄소를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배터리와 커패시터 용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설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분리막은 얇은 박막 형태로 만드는 R&D를 진행하여 배터리 용량을 더욱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물 배터리 업체들이 두 자릿수 에너지 밀도만을 구현하고 있지만, 저희 코스모스랩은 처음으로 세 자릿수 에너지 밀도를 돌파하는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 두 자릿수, 세 자릿수는 어떤 걸 의미하는 겁니까?
“리튬이온 배터리는 중량당이나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모두 세 자릿수를 넘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주목받고 있는 중국계 LFP 배터리의 경우, 중량당 약 150Wh/kg 이상이고, 부피당으로는 350Wh/l 이상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물 배터리들은 중량당이나 부피당 모두 두 자릿수, 대개 70~80Wh 수준이었고, 낮은 것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 코스모스랩의 물 배터리는 중량당 100Wh/kg, 부피당 250Wh/l 이상으로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돌파했습니다.”
* LFP 배터리(Lithium Iron Phosphate, 리튬 인산철 배터리) :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한 종류로, 양극재로 리튬 인산철(LiFePO₄)을 사용한다. 다른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안정성이 뛰어나며, 특히 화재 및 폭발 위험이 적고, 수명이 길어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 LFP가 일반 NCM 계열보다는 밀도가 좀 낮지 않습니까?
“낮아요.”
- 기존 대비로는 많이 올리긴 했지만, 더 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군요?
“그렇죠. 물론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이기 위한 R&D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수준에서도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LFP 배터리가 전 세계적으로 1위일 만큼 많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물 배터리도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나 UPS(무정전 전원 장치) 같은 고정용 배터리 시장, 그리고 일부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코스모스랩은 새로운 재료를 쓰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등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계시는데, 이런 기술은 언제 개발하신 거예요? 2021년에 회사를 설립하셨으면, 그 이전부터 연구를 해오셨던 건가요?
“박사 과정 때부터 물 배터리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 같은 기술을 모두 갖췄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연구 결과물로 논문을 세 편 정도 냈었는데, 그중 하나가 현재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물 배터리의 안전성에만 주목했었는데, 저는 몇 가지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이 시스템이 경제성 면에서도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보통 배터리를 평가할 때는 수명, 에너지 밀도, 효율 등 단편적인 요소들만 따지지만, 사실 배터리 시스템은 그렇지 않아요. 제조 비용, 효율, 성능, 사이클 수명, 유지관리 비용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렇게 따지니까 물 배터리가 경쟁력이 높더라고요.”
-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일하게 양산 체제를 갖춰놓고 비교해보면 물 배터리 쪽 비용이 훨씬 저렴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죠. 그때 제가 발견한 것이 바로 LCOE(Levelized Cost of Energy, 균등화 발전 비용)인데, 그 결과물이 기존 대비 약 50배 정도 개선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지만, 창업한 후에 이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을 정도로 바꿔 나갔죠.”
- 내구성은 어떻습니까?
“내구성은 수명으로 많이들 이해하시죠? 실제로는 사이클이라고 합니다. 저희 배터리는 상온에서 약 5,000 사이클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저온 환경에서는 3,000 사이클 이상, 고온에서는 약 500 사이클 정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정도 수준으로 다 올라온 것입니다.”
* 배터리 사이클(Battery Cycle) : 배터리가 완전 충전에서 완전 방전된 후 다시 완전 충전되는 과정을 하나의 사이클로 정의한다. 배터리 사이클 수는 배터리를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즉 배터리의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각 사이클이 진행될 때마다 배터리의 용량은 점차 감소하며, 일정한 수의 사이클이 지나면 배터리의 성능이 떨어진다.
- 그러면 곧 상용화를 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그래서 경기도 시흥에 준비하고 있는 파일럿 양산 라인을 11월 말에 완공할 예정입니다.”
- 생산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크지는 않습니다. 연간 10메가와트급의 생산 규모입니다.”
- 10메가와트급이면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샘플 정도 만들 수 있는 규모인가요?
“작은 규모입니다. 작은 ESS 프로젝트 2~3개 정도 만들어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양산성까지 검증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 현재 직원은 몇 분 계세요?
“20명 정도입니다.”
- 그동안 투자는 많이 받으셨습니까?
“민간 투자자분들로부터 누적으로 70억 원 정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 잘 모르시는데도 저희의 방향성에 많이 공감해주셨던 같아요. 그렇게 투자받은 것으로 지금까지 해왔습니다.”
- 공장 라인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재료도 달라지니까 설비나 구축 방법도 다르지 않습니까?
“사실 설비는 같은 걸 써요. 리튬이온 배터리와 스태킹 방식도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데 저희는 오히려 줄였어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드라이룸을 유지하는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고, 양극 제조 공정이 초기 투자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합니다.
코스모스랩의 배터리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드라이룸이 필요 없어요. 물을 전해액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건조한 환경이 필요하지 않죠. 둘째, 기존 배터리에서는 전극을 만들 때 용매를 사용하고, 이를 건조시키기 위해 30m 이상의 긴 라인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래서 비용이 많이 들죠. 하지만 저희는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전극을 만드는 건식 전극 기술을 가지고 있어,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서도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을 뺄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진 거죠.”
- 말씀 듣고 나니 리튬이온 배터리 만드는 회사들도 기술만 도입하면 기존에 있던 장비를 활용하여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맞아요. 저희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건 코스모스랩이 너무 작은 회사이다 보니 우리 기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 라이선스든 기술 이전이든 해서 뛰어들면 좀 더 개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 그래서 제가 그걸 좀 여쭤보려고 했거든요. 코스모스랩에서 직접 만들고 판매까지 하면서 회사를 키워나갈 것인지, 아니면 기술 이전이나 라이선싱을 해서 협업을 통한 성장을 계획하고 계신 건지, 아니면 투트랙으로 같이 하실 건지가 궁금했어요.
“투트랙으로 가야죠. 저희 라인에서 생산되는 양산품을 판매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 같기도 해요. 기존 배터리 업체들이 저희 기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매출을 내고 시장에서 사용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가 고민하고 있는 라이선싱 문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현재 구축하고 있는 생산 라인이 11월 말에 완공된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어떤 형태의 배터리가 생산되나요?
“두 가지 타입의 배터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형태를 제공하는 곳은 저희뿐인데, 하나는 각형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파우치형 형태입니다. 발주를 낸 고객은 글로벌 기업으로 해외에 있고요, 두 가지 타입의 용도는 각각 다릅니다.”
- 용도는 어떻게 달라요?
“각형 배터리는 중대형 셀이에요. 작은 것은 30암페어고, 큰 것은 100암페어급으로 두 가지 타입으로 나올 예정인데, ESS나 UPS 아니면 마이크로 모빌리티 같은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작습니다. 5암페어 이하 용량이기 때문에 사용처가 엄청 많죠. 소형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 앞서 중량당 에너지 밀도와 부피당 에너지 밀도에서 세 자릿수를 달성해서 LFP 배터리와 별로 차이가 없다고 하셨는데 가격은 어떻습니까?
“아직 파일럿 라인 단계라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가격을 kg당 약 70달러까지 제시하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 가격은 대량 발주하는 고객에게만 적용되는 수준입니다. 저희 코스모스랩은 이를 감안하여 kg당 50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특허는 어느 정도나 내셨어요?
“현재 약 40건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 국내외 포함해서인가요?
“국내 특허이고요. 그중 일부를 PCT 출원으로 선점해 놓았습니다.”
- PCT 출원이 뭐죠?
“해외에 바로 등록을 하기 어려우니까 PCT 출원이라는 것으로 해서 해외에서도 우선권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입니다.”
*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 특허협력조약) : 여러 나라에 동시에 특허 출원을 하는 것은 금전적, 시간적 부담이 큰 경우가 많음을 고려하여 체결한 국제 조약. PCT 출원으로 모든 회원국에 특허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출원 단계에서의 편의를 위하여 PCT 국제 출원을 하면 모든 회원국에 동시에 출원한 것과 같은 효과를 일단 부여하고 추후에는 실제로 출원할 국가에 대하여만 국내 절차를 밟을 수 있다.
- 향후 계획에 대해 좀 말씀해주세요.
“생산 규모를 늘려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과제 같습니다.”
- 그러려면 외부 투자 자금도 더 조달하셔야겠네요?
“최소한 한 두 번 정도 더 투자 유치가 필요합니다. 현재 해외에 있는 저희 고객사들이 투자에도 관심이 있으셔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고객사가 SI로 들어온다는 얘기네요?
“맞습니다.”
- 국내에는 그런 업체가 없습니까?
“아직은 관심을 많이 안 주시더라고요.”
- 연초에 CES에도 나가셨어요?
“올해도 나갔고 작년에도 나갔습니다.”
- 효과가 좀 있습니까?
“저희가 확보한 고객사들이 다 CES에서 만났던 것 같아요. 되돌아보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출은 언제쯤 얼마나 나올 것 같다든지,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 될지, IPO는 언제쯤 하실지 등등 막연하시겠지만, 계획이 있으신가요?
“2027년을 목표로 IPO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저희 생산 능력에 비례할 텐데, 향후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생산 능력을 기가와트급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 시점이 회사 성장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매출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기가와트급으로 늘리려면 엄청난 투자가 들어가야 하지 않나요?
“재미있는 점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가급 증설에는 보통 약 3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희는 약 10분의 1 정도라는 거에요. 그 이유는 드라이룸이나 전극 제조 공정 같은 고비용 공정이 필요 없고 뒤에 화성 공정도 필요 없거든요. 덕분에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 라인을 구축할 수 있죠.”
- 혹시 회사의 특허를 카피해갈 가능성도 있습니까?
“그런 질문을 많이 주시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더 많은 자본과 R&D 인력을 가진 회사라면 따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한 가지 기술만으로 이 제품을 만든다면 당연히 그 기술에 대해 엄청난 장벽을 세우고 조바심이 생길 것 같은데요, 저희는 물 배터리를 구성하는 여러 핵심 기술을 모두 다루고 있으며, 그 기술들을 결합해 완성했거든요. 그래서 쉽지는 않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 대표님,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대담 : 한주엽 전문기자
정리 : 손영준 에디터
촬영편집 : 김종석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