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폴리실리콘옥사이드(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을 적용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개발하고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 액티브2'에 해당 패널이 탑재됐다.
LTPO는 애플이 지난해 '애플워치 시리즈4'에 처음 상용화한 저전력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애플워치 시리즈4의 LTPO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경기 파주 E2 라인에서 양산하고 애플에 공급했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생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체 기술로 LTPO OLED를 양산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2캠퍼스 A2 공장에서 갤럭시워치 액티브2용 LTPO OLED를 양산하고 있다. 스마트워치용 LTPO OLED는 플렉시블 기판에 만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2 공장에 5.5세대(1300mm× 1500mm) 플렉시블 OLED 월 생산능력 5만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지드 OLED의 월 생산능력은 같은 크기 14만4000장 수준이다.
LTPO는 기존 폴리실리콘(LTPS) TFT보다 구동 전력이 낮다. LTPS에서는 정지 픽셀에도 60헤르츠(Hz) 구동을 해야하는데, LTPO는 1Hz 구동으로 낮출 수 있다. 구동전력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디스플레이 전체 소비전력은 구동전력과 발광전력으로 나뉜다. 일부 트랜지스터를 옥사이드로 바꾼 덕분이다. 옥사이드는 누설전류가 거의 없다. 스위치 트랜지스터를 옥사이드로 바꾸면, 1초 동안은 충분히 커패시터 전압(전하)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1Hz 구동이 가능하다.
폴리실리콘은 누설전류가 있어 정지픽셀에도 데이터를 60Hz로 매번 넣어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밝기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옥사이드는 1Hz 구동에도 밝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LTPO 제작에는 LTPS 보다 많은 층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공정을 거치게 된다. LTPS 트랜지스터를 먼저 만들고 윗층에 다시 스퍼터 공정으로 메탈산화물(IGZO)을 증착해 옥사이드 트랜지스터를 만든다. 기존보다 층을 더 올려야 하기 때문에 노광공정 스탭이 늘어난다. 수율은 떨어지고 생산단가는 올라가게 된다.
LTPO OLED 기술은 지난 5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행사인 SID 2019에서 '올해의 디스플레이상'을 받았다. LTPO OLED를 실제 생산한 LG디스플레이가 아니라, LTPO TFT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한 애플이 수상자였다.
완성품 업체인 애플이 각 부품·소재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려 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TFT 기술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나 일본 JDI가 애플의 요구에 고분고분한 것과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핵심 특허는 애플이 가지고 있겠지만 삼성디스플레이도 독자적인 LTPO 기술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정에 밝은 또 다른 관계자는 "바로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는 없으니 스마트워치용으로 테스트해보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은 LTPO를 아이폰으로 확대 적용하려 하고 있다. 중소형 OLED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디스플레이를 움직여야하는 등 생산, 효율 등에서 여러 난제가 쌓여 있다.
LTPO가 스마트워치에 우선 적용된 건 스마트폰과 비교해 크기, 사용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에서 LTPO 효율은 크게 발휘된다. 화면에서 블랙으로 두는 영역이 넓으므로 발광전력이 낮다. LTPS에서 구동전력과 발광전력 비율은 6대4 가량이었다. LTPO는 기존 구동전력을 3분의 1로 떨어뜨리게 되고 이는 전체 소비전력이 40% 감소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스마트폰은 전체 전력에서 발광전력이 차지하는 비중 80% 가량으로, 발광전력이 구동전력보다 현저히 크다. 구동전력을 낮춰도 전체 소비전력 감소효과는 10% 초반 수준이다. 화면을 켰을때 블랙으로 두는 면적이 거의 없고 동영상 시청 등 전체 화면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같은 넓은 면적에 LTPO를 구현하려면 생산난도가 확 뛴다. 높은 단가 상승이 예고된다. 스마트워치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2인치가 채 안되지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6인치 전후다. LTPO 관련 공정 기술을 높여야 생산단가 상승 대비 전력감소 효과의 균형을 잡아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