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전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매출이 급감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엔지니어 파견이 차질을 빚은 탓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1분기 전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매출은 15억11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다. 전년 동기보다 41%, 전 분기보다 30%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상장사 29곳을 조사한 집계다.
코로나19가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소속 엔지니어의 해외 파견을 가로막았다. 최장 6개월간 고객사 공장에 상주하며 장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중국은 비자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 현지 도착 후 2주간 격리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환경에서 매출이 늘어난 업체도 있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5% 늘면서 시장 점유율이 15%에서 24%로 뛰었다. 4개 분기 연속 1위다. 시장 점유율 상위 10개 기업 중 매출이 전년비 늘어난 곳은 AMAT와 얼박(22%), 원익IPS(22%) 세 곳이다. 얼박은 매출 상승으로 5위에서 2위로 올랐다.
AP시스템은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63% 급감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6% 내외를 유지했다. 순위는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랐다. 에스에프에이는 매출이 같은 기간 31% 감소하며 3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아바코는 12위에서 8위, 원익IPS는 10위에서 9위로 올랐다.
DSCC는 전년 동기비로 성장세가 가장 빠른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8곳은 한국 기업이고, 실적이 가장 나쁜 업체 6곳 중 5곳은 일본 기업이라고 밝혔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9% 급감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30% 늘면서 시장 점유율이 5%에서 8%로 커졌다. 순위도 8위에서 3위로 뛰었다.
반면 일본 디스플레이 노광장비 업체 니콘과 캐논은 점유율과 순위 모두 내렸다. 니콘은 10%에서 6%로, 캐논은 7%에서 2%로 하락했다. 순위도 각각 2위에서 4위, 4위에서 16위로 떨어졌다.
DSCC는 매출 인식 방법 차이로 두 업체 순위가 급락한 면도 있다고 밝혔다. 노광 장비 업체는 공정 설치를 모두 마쳐야 매출로 잡는 경우가 있어 이들 업체는 다른 기업보다 매출이 늦게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의 경우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초점을 맞춘 점도 긍정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또 일부 장비는 모듈 장비처럼 매우 정교하지 않고, 현지 엔지니어를 통하는 방법 등으로 상대적으로 빨리 설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3개 기업 디스플레이 장비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23%, 전 분기 대비 19% 늘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비아트론과 참엔지니어링, AP시스템은 수주 성장률이 세자릿수다. AP시스템 2억9000만달러(3400억원), 얼박 1억3300만달러(약 1500억원), 필옵틱스 7700만달러(약 900억원) 수준이다.
15개 기업 디스플레이 장비 수주 잔고는 전년 동기보다 20%, 전 분기보다 12% 늘어난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다. 2018년 2분기 이후 가장 많다. 비아트론과 참엔지니어링, 세메스, 톱텍 수주잔고는 30% 이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