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피,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위로 상승
코리아써키트는 플래그십 제품 물량 앞서
삼성전기의 주기판 사업 철수로 시장 재편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디에이피가 올해 삼성 스마트폰 내 주 기판(HDI) 시장 점유율(물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디에이피는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위로 올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 스마트폰 HDI 시장 점유율은 디에이피가 가장 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으로 코리아써키트, 일본 메이코 순이다. HDI는 전자부품 간 전기 신호를 주고 받도록 고밀도 회로를 형성한 기판이다.
지난해까지 삼성 스마트폰 HDI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기가 20% 후반대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코리아써키트(20% 초중반대), 디에이피(10% 후반대) 순이었다. 삼성전기가 지난해 이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면서 시장이 재편됐다.
디에이피는 올해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 일부와 보급형 제품 물량을 다량 확보하며 삼성 스마트폰 HDI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부진 탓이다.
디에이피 상반기 매출은 13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9%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8500만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디에이피 전체 매출에서 HDI 비중은 70~75%다. 전장용 기판은 20% 수준이다.
코리아써키트는 전체 물량에서는 디에이피에 뒤지지만 플래그십 제품용 HDI 물량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플래그십용 기판은 중저가 제품보다 공정기간이 2주가량 긴 편이다. 플래그십 제품 점유율은 코리아써키트가 가장 앞서고 다음으로 디에이피, 일본 이비덴 순이다.
코리아써키트는 상반기에 반도체 기판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회사 매출에서 HDI 비중은 45~50%, 반도체 기판 비중은 30~35%다.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근무 확대 등에 따른 노트북과 태블릿,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었다. 회사 상반기 매출(별도기준)은 27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9% 늘었다. 영업이익은 157억원 흑자전환했다.
디에이피와 코리아써키트 모두 하반기에는 HDI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2분기 중국 화웨이에 빼앗겼던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되찾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을 공세적으로 출하하고 있다. 내년 이후 디에이피와 코리아써키트의 HDI 실적은 삼성전자 생산자개발생산(ODM) 스마트폰 물량 등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ODM 스마트폰 수량이 늘면 디에이피와 코리아써키트의 물량도 줄어들 수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하는 인터포저 기판은 이수엑사보드와 코리아써키트, 이비덴 등이 생산한다. 삼성전기도 베트남 사업장에서 소량 제작한다. 스마트폰에서 인터포저 기판은 아래쪽 마스터(Master) 기판과 위쪽 슬레이브(Slave) 기판을 연결한다. 12층으로 된 마스터 기판과 6~8층으로 된 슬레이브 기판의 가장자리를 인터포저로 이어 붙인다. 인터포저 기판 자체가 안테나 역할도 한다.
앞서 삼성전기는 HDI가 주력이던 중국 쿤산 사업장 가동을 지난해 말 중단했다. 업계에선 삼성전기의 사업 철수로 HDI 물량이 디에이피와 코리아써키트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해왔다. 코리아써키트와 디에이피 모두 갤럭시S20 시리즈 물량을 예년보다 많이 확보해 상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했지만 시리즈 판매가 극도로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