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에너지 내달 상장예비심사 신청할 듯
고객사 다변화 과제, 매출 1조원 목표
필옵틱스의 배터리 장비 자회사 필에너지가 코스닥 상장 추진을 본격화한다. 이르면 내달 상장예비심사 신청에 들어갈 전망이다. 각국의 전기차 배터리 증설 경쟁이 진행 중이라 국내는 물론 해외 고객사 확보를 위한 최적의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필에너지는 지난 2020년 9월 삼성SDI가 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투자한 기업이다. 지분 20%를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다. 모기업인 필옵틱스는 성장이 더뎌진 디스플레이 장비사업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다가서게 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10월 제출을 목표로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준비 중이다. 일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내에 코스닥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하지만, 배터리 산업의 경우 친환경 정책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이 겹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소재‧부품‧장비와 같은 후방산업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에너지는 16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런 추세면 2년 만에 매출을 10배 이상 기록하게 된다. 배경은 삼성SDI 투자 덕분이다. 헝가리 괴드 1공장 보완투자와 2공장 신설투자로 필에너지와 공동 개발한 고속 스태킹(Stacking) 장비가 공급됐기 때문이다.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지그재그로 번갈아 쌓는 장비다.
올해는 이 스태킹 장비를 배터리 양극과 음극 소재의 탭(Tab)을 만들기 위한 노칭(Notching) 장비와 하나로 연결한 인-라인(In-Line) 개념의 장비도 수주 받았다.
해외 고객사도 발굴했다. 노르웨이 모로우배터리(모로우)의 파일럿 라인에 노칭 장비를 공급했다. 모로우는 노르웨이 최대 전력기업인 스태트크래프트(Statkraft)의 자회사인 아그델에너지벤처(Agdel Energy Venture), 덴마크 연기금 피케이에이(PKA) 등이 투자한 기업이다. 고성능 전기차 약 7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산 42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국내외 고객사 발굴을 바탕으로 필에너지는 2025년 매출 1조원 가량을 달성하겠다는 내부 목표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대 매출원인 스태킹 장비는 삼성전자 설비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라 삼성SDI 외에 다른 배터리 업체 공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일본 미쓰비시일렉트릭이 아닌 델타타우데이터시스템즈(오므론 인수) 기반의 PLC(모션제어)를 사용했다.
노칭 장비는 외부 업체에 판매할 수 있지만, 피엔티, 유일에너테크, 엠플러스, 우원기술 등 국내 경쟁사도 만만치 않다. 다른 조립공정 장비를 개발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단가 협상에서 불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필에너지는 기존 노칭이나 스태킹 장비의 부가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이송‧검사 장비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요가 많은 원통형 배터리 장비나 레이저를 활용한 조립공정 장비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필에너지는 오산 본사 옆에 신공장을 추가로 마련 중이다. 오산 본사는 2021년 수원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3개 공장을 한 곳에 통합해 구축됐다. 이번 증설은 배터리 장비를 비롯해 반도체 패키징과 같은 신규 사업을 대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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