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패널업체 원가절감 노력 한계...中업체와 출발선 다르다"
한국 패널업체의 최대 무기 OLED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강민수 수석연구원은 2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 디스플레이 기술로드맵 세미나'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한국 패널 업체의 가장 확실한 무기"라며 "개별 기업 차원 노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민수 연구원은 "한때 한국 기업이 100%를 점유했던 OLED는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다"며 "아직 한국 패널업체만 대형 OLED를 생산하고, 한국 기업의 폴더블 패널도 차별화되지만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 패널업체의 공격적 LCD 투자와 중국 국가적 지원 등으로 LCD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한국 패널업체가 이끌고 있는 OLED 시장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노트북과 태블릿, 모니터 등 IT 제품에서 OLED 침투율은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수년간 폭발적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강 연구원은 "(IT 업계 최대 큰손인) 애플이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외에 2024년 태블릿, 2026년 노트북, 이후 모니터까지 2~3년 간격으로 OLED를 적용한다는 로드맵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시장은 한국 업체는 물론 중국 업체도 눈독을 들이고 있고,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IT용 OLED는 응용처별로 요구되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파편화해서 개발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개별 기업이 부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IT용 OLED를 기존 스마트폰 OLED와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OLED는 면적이 커질수록 전력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가기술, 특히 백플레인(BP)이라고 부르는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현재 전세계에서 한국 패널업체 2곳만 양산 중인 대형 OLED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 중요성을 부각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부터 화이트(W)-OLED,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부터 퀀텀닷(QD)-OLED를 양산 중이다. QD-OLED 제조원가는 W-OLED의 1.5배, W-OLED 가격은 LCD의 3~4배 수준이다.
강민수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메타 기술(MLA:Micro Lens Array)을 적용해 휘도를 높인 W-OLED를 출시했지만, 성능 향상에는 비용 상승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도 W-OLED 출하량을 늘리고 싶지만 원가상승 최소화를 위해 공격적 생산능력 투자보다 보수적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디스플레이 QD-OLED는 QD 잉크젯 프린팅 공정 등이 추가돼 아직 생산성이 최적화되진 않았다"며 "2세대 QD-OLED를 개발 중이지만, 마찬가지로 많은 비용이 수반돼서 보수적으로 투자를 기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시장이 개선된다면 다양한 크기, 고품질 패널 생산, 신재료 적용 등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2세대 QD-OLED는 현재 유리기판을 2개 사용하는 기존 QD-OLED에서 색변환층용 유리기판 상판을 빼는 등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패널 구조를 바꾸거나 재료효율을 높이는 등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새 재료개발 등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자국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패널업체와 한국 업체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로 급증했다가 다시 급감한 디스플레이 수요는 서서히 회복되겠지만, 패널업체가 회복만 기다리고 있어선 안 된다"며 "뉴 노멀에 따른 디스플레이 폼팩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향후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IT용 OLED에 적합한 새 기술은 바로 지금이 개발 적기"라며 "중국 패널업체 추월을 따돌리기 위해 차별적 기술, 정책, 우수인력 발굴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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