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로‧코나 등 CATL과 협력 확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신형 전기차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기아 2세대 레이EV부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공급사는 중국 CATL이다. 현대차그룹이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와 CATL의 밀월관계는 점점 끈끈해지고 있는 추세다. 현대차는 최근 공개한 신형 코나 전기차에도 CATL의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했었다. 지난해 10월 쩡위췬 CATL 회장이 방한해 정의선 회장과 회동한 이후 양사 협력이 한층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세대 레이 전기차에 중국 CATL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에너지 밀도를 극복하기 위해 CATL의 '셀투팩'(CTP:Cell To Pack) 기술이 도입된다. 현대차그룹 산하 전장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는 2021년부터 CATL과 CTP 기술을 공유하는 기술 라이선스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CTP는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셀-모듈-팩' 단계에서 모듈 공정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 밀도를 높여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이 가능하다. 일반 전기차 대비 부품을 덜 사용하기 때문에 경량화, 원가절감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은 중국 CATL 자체 개발이다. 당연히 배터리는 CATL 제품만 사용할 수 있다.
2세대 레이 전기차는 E-GMP 전용 플랫폼 대신 미국 보그워너가 개발한 A세그먼트(소형차) 통합 구동 모듈(iDM)을 사용한다. E-GMP의 800볼트(V)보다 낮은 400V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출시할 경형 전기차가 이 플랫폼을 사용한다. CATL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확대 공급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선보인 신형 코나 전기차도 CATL 배터리를 사용한다. 리튬인산철이 아닌 삼원계 배터리다. 배터리 셀만 CATL에서 들여와 모듈, 팩 작업은 한국에서 이뤄졌다. 다만 신형 코나 전기차의 경우 유럽 모델은 LG에너지솔루션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한다. 현지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조달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으로 다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현지 공장과 가까운 LG에너지솔루션에서, 동아시아는 중국 CATL, 동남아시아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합작사(인도네시아 HLI그린파워), 국내와 북미의 경우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CATL의 협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시장 연착륙을 위해 여러 배터리 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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