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주주추천제, 주요주주 경영 개입 위험 내포
내부 승진, 신뢰성 및 투명성 확보 방안 필요
외부 전문가 뉴거버넌스TF 구성부터 시험대
KT가 최고경영자(CEO) 낙하산 방지와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 불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KT가 또다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소유분산기업의 이사회 신뢰 확보와 외풍 차단이 시험대에 올랐다. KT는 이를 5개월 안에 마칠 방침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뉴거버넌스(New Governance)구축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할 외부 전문가 인선에 착수했다. 외부 전문가는 주주 의견을 반영해 뽑는다. 규모는 미정이다.
KT는 지난 3월28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았다. 비상경영위원회는 뉴거버넌스TF와 성과지속TF를 산하에 뒀다. 뉴거버넌스TF는 지배구조 개편을 성과지속TF는 사업 현안을 논의한다. 뉴거버넌스TF는 외부 전문가가 성과지속TF는 KT 주요 임원이 참여한다.
주목을 받는 곳은 뉴거버넌스TF다. 숙제가 만만치 않다. KT 지배구조는 제도상 흠결은 거의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동안 여러 지배구조 평가기관으로부터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번 KT의 비상경영은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정부와 여당의 개입 ▲KT 이사회 신뢰 미흡 등이 원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T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KT 차기 CEO 인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스튜어트십 코드’를 내세웠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연금을 통해 KT CEO 인선에 관여한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이들이 직접 KT CEO 공모 과정에 불만을 드러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
KT 2대주주와 3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신한은행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KT는 작년 이들과 사업 연대 강화를 위해 지분을 교환했다. 통상 지분 교환을 통해 취득한 지분은 상호 우호 지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KT 사례는 그렇지 않았다.
KT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는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을 자초했다. 전임 구현모 대표 연임 결정과 신임 대표 후보로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윤경림 사장을 내정했던 것이 트집을 잡혔다. 구 전 대표와 윤 사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과 수사에 휘말린 상태기 때문이다. 정치권 인사가 사외이사에 포진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구 전 대표와 윤 사장의 성과 및 경영 영속성 확보 명분이 빛이 바랬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정부다. KT는 CEO를 교체할 때마다 지배구조를 손봤다”라며 “이번에도 주주 추천 이사제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상황에서는 정부 관여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뉴거버넌스TF에서 일할 외부 인사 면면부터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번 역시 1회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지난 3월3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자사주 취득 및 운용 정책 투명화 ▲일정 기간 행정기관 종사자 이사 추천 배제 ▲이사 후보 통신 산업 이해도 및 공공성 검증 등의 요구가 등장했다.
한편 KT는 뉴거버넌스TF 지배구조 개편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를 구성하고 사외이사가 주도해 대표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
KT는 ▲정관 개정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대표이사 선임을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두고 있다. KT 현행 정관대로면 대표 선임까지 최소 2번의 임시주총이 필요하다. 사외이사 선출과 지배구조 개편을 반영한 정관 개정을 위한 안건을 동시에 처리해도 신임 사내이사 및 대표를 뽑기 위한 주총을 열어야 한다. 대표 선출을 이사회로 돌려도 사내이사는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총은 개최 2주일 전에 소집결의와 안건을 공시해야 한다. KT는 이 시한을 약 5개월로 잡았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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