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3배 이상 급등…국내 반도체 업계도 체감
최선단 D램 전구체로 수요 증가…항공우주 등에도 쓰여
공급량 확대는 매우 제한적
하프늄 가격이 급등세다. 하프늄은 최선단 D램 제조공정에 쓰이는 전구체의 핵심 소재다. 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데 반해, 공급량은 크게 늘어나지 못한 것이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하프늄 가격은 극심한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큰 폭으로 오르는 추세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전세계 하프늄 가격은 지난해 초 kg당 1200~1400달러에서 올해 초엔 4500~4800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하프늄은 D램 제조에 활용되는 전구체(화학 반응으로 특정한 물질이 되기 전의 용매) 소재다. D램의 핵심 요소인 커패시터 위에 원자층 단위로 얇게 증착돼, 캐퍼시터 간의 누설전류를 차단하는 절연막 기능을 한다.
하프늄은 Higk-K(고유전율) 물질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유전율이 높을수록 동일한 전압에서 더 많은 전하를 저장할 수 있다. D램의 선폭이 갈수록 미세해지면서 누설 전류를 막는 절연막의 두께도 함께 얇아지는 문제가 대두됐는데, High-K 물질을 활용하면 효율적으로 절연 성능을 높일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체감상으로 반도체용 하프늄 가격이 2021년에서 지난해 말까지 100% 정도 오르고, 현재도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비슷한 연관 소재들의 가격도 오르기는 했으나 하프늄이 특히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프늄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수요 증가다. 기존 High-K 물질로는 지르코늄(Zr)이 쓰였으나, 하프늄이 미세 공정에 더 적합하고 안정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도 최선단 D램에 하프늄 적용을 늘리는 추세다. 또한 하프늄은 반도체 산업 외에도 항공기 및 산업용 가스터빈 블레이드, 원자로 등 여러 산업에서도 쓰이고 있어 수요가 많다.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다. 하프늄은 원재료인 광석에서 바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르코늄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서 얻어진다. 이때 지르코늄과 하프늄이 생산되는 양은 50: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하프늄 공급량을 유연하게 늘리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공급업체도 매우 한정적이다. 현재 하프늄은 프랑스와 미국 두 국가가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도 하프늄을 생산했으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처럼 하프늄을 둘러싼 수요·공급의 불균형 심화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제조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하프늄 전구체 전량을 아데카코리아로부터 공급받는다. SK하이닉스는 SK트리켐이 레이크머티리얼즈, 유피케미칼 등으로부터 재료를 공급받고, 이를 재가공해 납품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의 가격 상승폭이 상당히 커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프늄이 최선단 반도체 제조에 쓰여 이들 업체가 수급량을 당장 줄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