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폼팩터-日MJC 양분하는 시장 진입
단기 실적 전망은 '부진'
코스닥 상장을 앞둔 반도체 테스트용 프로브카드(ProbeCard) 제조사 마이크로투나노가 미국 폼팩터(FormFactor), 일본 마이크로닉스재팬(MJC)이 양분하고 있는 D램용 EDS(Electrical Die Sort) 프로브카드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시장 진입에 성공하고 확산 전개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수백억원의 신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황규호 마이크로투나노 대표는 5일 "오는 5월 SK하이닉스로 평가용 D램 EDS 프로브카드 제품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양산 라인에서 돌려볼텐데, 10월에는 평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오랜 기간 고객사와 공동으로 국산화 작업을 해왔다"며 "제품력은 자신 있는 수준으로 결과가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베스트 시나리오'로 흘러간다면 내년에는 의미있는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연간 900억~1000억원 규모 D램용 프로브카드를 폼팩터와 MJC로부터 조달한다. 신규 개발 대응, 가격, 납기, 애프터서비스(A/S) 등 여러 면에서 국산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투나노와 지난 수 년간 국산화 작업을 해왔던 이유다. 황 대표는 "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 SK하이닉스 내에서 2023년 10%, 2025년에는 2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 점유율을 달성한다면 매출 규모로는 200억원 수준에 해당한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공모한 자금 중 60% 이상을 D램 EDS 프로브카드 생산을 위한 장비 시설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브카드는 자동화테스트장비(ATE)에 부착돼, 가공이 끝난 반도체 웨이퍼의 내구성 및 전기적 불량 검사를 돕는 부품이다. 온도 변화에 따라 정상 작동 유무를 확인하는 웨이퍼번인(WFBI) 테스트용과 전기 신호를 흘려 양품, 불량품을 걸러내는 EDS(Electrical Die Sort)용으로 나뉜다. EDS가 설계와 생산이 복잡하며 가격도 비싸다. EDS 프로브카드의 개당 가격은 낸드용 제품이 1억~1억5000만원, D램용은 2억~2억5000만원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D램용 프로브카드가 비싼 이유는 핀 수가 많고, 핀 사이 간격이 좁은데다 데이터를 병렬로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투나노는 D램용 프로브카드 중에서도 비교적 낮은 기술 난도를 요하는 WFBI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부터 소량 공급을 해 오고 있다. EDS가 개발 난도는 높지만 WFBI와 기본 구조는 동일하기 때문에 경험을 쌓았다는 게 자신감의 배경이다.
2000년 설립된 마이크로투나노는 낸드플래시용 WLBI, EDS 프로브카드가 주력인 회사다. SK하이닉스가 조달하는 낸드용 프로브카드 가운데 약 39%가 마이크로투나노 제품이다. 지난해 마이크로투나노는 매출 414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0%, 29.1% 증가한 수치다. 마이크로투나노 전체 매출액의 95% 이상이 SK하이닉스로부터 나온다.
단기 실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프로브카드는 테크 노드(예 176단→238단)가 바뀔 때 신규 수요가 발생한다. 구매한 프로브카드에서 핀이 떨어지는 등 고장이 나면 고쳐서 쓴다. 메모리 재고 확대, 감산 등 영향으로 SK하이닉스의 올해 테크 노드 전환 및 신규 노드 증산은 요원하다. 프로브카드는 납기가 3개월 정도로 짧다. 필요할 때 주문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선 언제쯤 실질 수주량이 회복할 지 예상하는 것도 어렵다. 세계 1위 프로브카드 기업 미국 폼팩터는 작년 4분기부터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 폼팩터는 D램 분야 수주가 줄었다고 밝히면서도 언제쯤 수주가 정상화될 지 답변하지 못했다. 월가에선 올해 폼팩터 매출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고 순이익도 30% 이상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로 낸드용 프로브카드를 공급하는 또 다른 상장사 마이크로프랜드는 지난해 52억원의 연간 영업적자를 냈다.
한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의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 선정(티에스이, 리노공업, 마이크로컨텍솔, ISC) 논리와 현 시점이 아닌 2025년 추정 순이익을 기반으로 공모가를 산정한 이유는 이 같은 불투명한 단기 실적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일렉=한주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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