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 40~50% 수준
가동률 하락으로 일부 장비 꺼둔 채로 관리
DB하이텍은 60%대 후반~70%대 초반 유지
DB하이텍을 제외한 국내 8인치(200mm) 파운드리 업계 가동률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IT 기기 수요 부진과 이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 탓이다. 가동률 회복을 위한 가격 인하도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는 파운드리 공정 내 일부 장비 전원을 꺼두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시스템IC, 키파운드리 등 국내 파운드리 가동률은 40~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90%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였던 지난해와는 상반된 흐름이다. DB하이텍의 가동률도 올해 초 대비 10% 이상 하락한 60% 후반~70%대 초반 정도다. 지난해 3분기 95% 가동률에 비하면 큰 폭으로 악화된 수치다.
업계에서는 가동률 급락의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IT 수요 감소를 꼽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방 산업인 스마트폰, PC, 가전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 가격 인하에도 고객사 확보는 요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일부 업체는 현재 몇몇 장비 전원을 꺼두기까지 한 상황"이라며 "이 정도로 업황이 악화된 것은 IMF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산업과 같은 장치 산업에서 장비를 끄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장치 산업은 통상적으로 장비를 연속 가동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또 재기동에 따르는 비용과 리스크도 존재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8인치 가동률 부진에 대해 "레거시 모바일 칩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요즘 8인치 파운드리는 가격을 내려도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8인치 가동률 하락에는 파운드리 전반의 가격 할인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 최근 12인치(300mm) 파운드리 레거시 공정 단가가 떨어지면서 8인치 물량이 12인치로 일부 넘어가면서, 8인치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인치 파운드리와 12인치 파운드리 레거시 공정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CMOS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을 경쟁적으로 수주하고 있다. 12인치 웨이퍼는 8인치 웨이퍼 대비 면적이 2.25배 넓어 소품종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칩 생산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업계에선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8인치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레거시 제품군은 여전히 재고가 많고, 고객 수요가 약한 상황"이라며 "12인치 파운드리 가동률 반등도 선단 공정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12인치 레거시 공정 가동은 70% 전후로 작년 가동률을 밑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