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반기에는 성수기 수요와 인터넷 인프라, AI, 애플 아이폰15 시리즈 등이 MLCC 시장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업계 전반적으로 신중한 낙관론으로 향하고 있고, MLCC 업체는 아직 라인 가동률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1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전세계 인플레이션이 점차 둔화하면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 재고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완제품 제조사도 기존 조달 흐름을 재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MLCC 업체도 수혜를 입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MLCC 업체의 월평균 BB율(Book-to-Bill Ratio)이 4월 0.84에서 7월 초 0.91로 상승했다"며 "전체 MLCC 출하량은 3월 3450억개에서 6월 3890억개로 12% 늘었다"고 밝혔다.
BB율은 반도체 같은 부품의 수주액(Book)을 출하액(Bill)으로 나눈 것으로, 일종의 경기선행지수다. BB율이 1.0이면 수주와 출하가 균형 상태다. 1.0 이상은 경기 상승, 1.0 이하는 경기 둔화를 뜻한다. 7월 초 MLCC 업체의 월평균 BB율이 0.91로 상승했다는 말은 출하량 대비 주문량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트렌드포스는 MLCC 업계가 상반기 시장 재고 조정 등을 경험했고 BB율과 출하량이 점차 상승했다며 MLCC 업계 침체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하반기에는 전통 성수기 수요와 개학, 쇼핑철 프로모션이 MLCC 업계 기대요인이다. 인터넷 인프라와 인공지능(AI) 서버, 애플 아이폰15 시리즈 등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사가 MLCC 조달 물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인프라 예산 420억달러를 할당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은 WNC(Wistron NeWeb Corporation)와 서콤(Sercomm), 아카디안(Arcadyan) 등 네트워크 업체 성장, 그리고 무라타제작소와 야교, 왈신 같은 업체의 MLCC 출하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AI 서버 부문 MLCC 수요는 2분기 초부터 급증했다. 이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GPU인 A100·H100 사용으로 특히 두드러졌다. AI 서버 부문 MLCC 수요는 기업용 서버나 데이터센터용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폭스콘과 위스트론, 콴타 같은 제조사가 1마이크로패럿(µF) 이상 고용량, 그리고 X6S·X6R 고내열성 하이엔드 MLCC 조달을 늘리는 유인이 되고 있다. 해당 MLCC는 무라타와 삼성전기, 타이요유덴 등이 납품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MLCC에서 X6는 105도 사양으로, IT 제품용보다는 높고 전장용보다는 낮아서 일반적으로 산업용으로 분류된다"며 "IT 제품보다 온도 특성을 높인 것이어서 고내열성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애플 아이폰15 시리즈 출시도 MLCC 업계에 기대요인이다. 폭스콘과 럭스셰어 등 제조사는 6월 말부터 아이폰15 생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MLCC 업체의 관련 수주량은 전년 동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라타와 타이요유덴 같은 업체의 월간 MLCC 출하량은 점차 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인터넷 인프라와 AI 서버, 아이폰15 수요로 무라타와 타이요유덴,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은 7월 초부터 BB율 1.0을 넘었다고 추정했다.
올 2분기부터는 휴대폰과 노트북용 MLCC 수주가 늘었다. 이러한 수요 증가는 재고 수준 정상화 움직임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업체와 생산자개발생산(ODM) 업체 모두 MLCC 재고 확보 활동이 안정화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업계가 신중한 낙관론으로 향하면서, MLCC 업체가 변동폭이 큰 수요에 대응하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평가했다. 무라타와 TDK, 타이요유덴 등 일본 MLCC 업체 가동률이 90%라고 보도됐지만, 다른 MLCC 업체, 특히 중국에 생산라인이 있는 MLCC 업체 가동률은 60~70% 수준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