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이후 인수 범위, 인수가격 등 이견
"에이팩트 메모리부문 설비 기대 이하로 판단"
두산그룹의 반도체 사업 확대 전략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4월 두산테스나 인수 이후 반도체 사업부문 '몸집'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M&A를 추진하고 있는데, 후속 성과가 없어서다. 지난해 하반기 엔지온 인수를 추진했다가 철회했으며, 최근 외주 반도체 패키지·테스트(OSAT) 기업 에이팩트 인수 작업도 인수가격, 인수범위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에이팩트 인수 딜은) 사실상 결렬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테스나와 에이팩트 간 매각 협상이 사실상 결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사업 강화를 위해 에이팩트 인수를 뭍밑에서 진행해왔으며, 지난달에는 실사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팩트는 메모리·비메모리 OSAT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뮤츄얼그로우쓰'다. 모펀드 운용사 오로라파트너스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에이팩트는 지난해 10월 에이티세미콘의 비메모리 패키지 사업을 사들여 비메모리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양측간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건 인수 가격, 인수 범위 등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서 에이팩트 최대주주인 뮤츄얼그로우쓰는 보유지분 전량(55.33%) 매각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두산테스나는 최근 진행한 실사 이후, 뮤츄얼그로우쓰의 에이팩트 지분 전량이 아닌 비메모리 부문만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두산테스나가 에이팩트 인수를 위한 실사를 이미 마쳤으며, 실사 결과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며 "두산테스나 측에서는 에이팩트 메모리 부문 설비가 기대 이하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뮤츄얼그로우쓰에서는 일부 사업만 넘기는 것보다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을 동시에 매각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있는 만큼 딜이 계속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에이팩트 인수가 최종 불발될 경우 두산그룹의 '반도체 사업 키우기'는 당분간 지지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그룹은 최근 수년간 경영난을 겪은 이후, 신사업의 하나로 반도체를 설정했다. 그 출발점이 두산테스나 인수였다. 그룹 차원에서 테스나 인수 직후 "향후 5년간 반도체 분야에 1조원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두산테스나는 국내 비메모리 전문 후공정 테스트 기업으로 두산그룹의 대표적인 반도체 계열사다. 두산은 지난해 4월 반도체 사업 진출을 위해 4600억원을 투자해 두산테스나(당시 테스나)를 인수했다. 두산테스나는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에게 CMOS이미지센서(CIS),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 제품의 웨이퍼 테스트와 패키지 테스트를 제공한다. 지난 상반기 기준 두산테스나의 매출 비중은 웨이퍼 테스트 96%, 패키지 테스트 4%가량이다.
두산그룹은 두산테스나 인수 이후 턴키 서비스 제공 및 패키지 테스트 매출 확대를 위해 패키징 사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엔지온 인수를 추진했으나 막판에 철회하기로 했다. 이번 에이팩트 인수도 패키징 사업 강화 차원에서 추진한 프로젝트다.
후공정 업계 관계자는 "두산테스나가 후공정 턴키 서비스 구축을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다양한 매물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딜이 무산되더라도) 두산테스나의 패키징 사업 진출 가능성은 여전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두산테스나는 에이팩트 인수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에이팩트도 "해당 거래가 진행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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